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약 200건의 민생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통과된 법안 가운데는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된 ‘데이터 3법’이 먼저 눈길을 끈다. 지난 2018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 규제 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이후 여당에서 서둘러 발의,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정쟁과 무관심 속에 1년 반 가량 방치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처리에 합의하는 등 쟁점이 크지 않았지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 등을 지나며 법안 처리가 해를 넘겼다. 산업계는 그간 데이터3법의 국회 처리가 미뤄지는 데 수 차례 답답함을 표했다.
데이터 3법은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를 상업적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렇게 제공된 정보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금융 분야에서 데이터의 활용가치가 높다. 일례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경우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가치 170조 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데이터 3법은 이날까지도 본회의 전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상태였다.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법사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데이터3법을 의결함에 따라 ‘막차’에 오르게 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그간 법사위에 걸려있던 ‘연금 3법’(기초연금법·장애인연금법·국민연금법 개정안)도 데이터 3법과 함께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만 65세 이상에게 30만원씩 지급되는 기초연금 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20%에서 40%까지 확대하는 법안이다. 법안 처리가 안 되면 1월분 지급이 어려워 약 165만 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다. 기초연금법과 함께 ‘연금 3법’을 이루는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장애인연급법 개정안 역시 이날을 넘기면 많은 대상자들의 불이익이 예상돼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국회는 △청년 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청년기본법 제정안 △소상공인의 법적 요건을 마련한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안’ △자동차 결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병사의 영창제도를 폐지하는 ‘군 인사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말 정기국회부터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있었지만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말 모든 본회의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처리가 늦어졌다.
한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은 이날 처리 대상에서 빠졌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본회의에 오른 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의 상정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