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간편결제 사업자는 장기 과제로 후불 신용결제 기능과 할부 서비스 등 신용공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단시일 내 서비스 시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1월 핀테크업계가 후불결제를 건의했었고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는 건전성 관리 등의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소액은 이용자 편의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해외 핀테크 업체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신용결제를) 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업체들이 어떤 방안을 내놓는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간편결제사 관계자 역시 “당장 외부에 후불결제 기능 시행 건의를 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에서 간편결제 사업자에 소액 신용기능을 허용키로 했다. 기준은 월 30만 원 선의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와 월 50만 원 수준의 이동통신사 후불 결제와 유사하며, 소액후불결제업을 신설해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후불 결제를 허용할 경우 그 범위와 사업자를 어떻게 선정할지부터 난관이다.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 일부 대형사업자에게만 후불 기능을 허용하면 핀테크 활성화 취지와 어긋난다. 자칫 특혜 의혹마저 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간편결제 사업자에 후불결제를 허용하면 ‘페이 돌려막기’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카드사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1장당 30만 원까지 후불 결제가 허용되며 통합 발급 한도는 2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페이업계 후불 결제기능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기준 설정과 타업권과 합의해야 하는데 아직 논의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불결제로 금융 거래 범위가 넓어지면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최근 3년간 간편결제 자금흐름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부실을 막기 위해 간편결제사에 지불준비금 준비와 개인정보규제 강화, 일 거래제한 강화 등 규제를 신설했다. 또 모든 개별은행으로 자금 이체를 허용하던 것에서 은련 등 두 곳을 반드시 통하도록 했다.
이 밖에 4월 총선을 앞둔 국회가 사실상 입법 기능 마비에 빠진 것도 변수다. 페이업계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허용을 위해서는 전자금융업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총선 일정과 이후 상임위원회 구성까지 물리적 시간을 감안하면 상반기는 물론, 연내 시행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마이데이터’ 정책 시행을 위한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3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