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쓸렸다. 이에 유가와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값 및 달러화가 치솟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는 줄줄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8일 오전 11시 11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7% 하락한 2150.17을 가리키고 있다. 장중 한때 2150선이 깨지는 등 약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같은 시간 장이 열려 있는 해외 증시도 일제히 출렁이고 있다. 미국 증시인 S&P500 선물지수, 미니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 내외 하락 중이며 일본 니케이225는 2% 넘게 주가가 하락 중이다. 이외에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0.53%), 홍콩항셍지수(-1.23%) 모두 뒷걸음질치는 모습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8일(현지시간) 새벽 이라크 내 미군 공군기지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하며 보복 작전을 개시했다. 이란은 3일 거셈 솔레이마니 쿠스드군 사령관이 미군의 폭격으로 숨진 뒤 보복 공격을 예고해왔다.
이에 유가는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배럴당 5.1% 오른 71.75달러에 거래됐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이날 오전 9시 22분께 4.7% 뛴 65.65달러까지 치솟았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도 강세를 보인다. 금 현물 가격은 오전 9시 25분 기준 온스당 1610달러로 전장보다 2.29% 상승했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3년 4월 이후 약 6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6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50원 상승한 1173.90원에 거래됐다.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전장보다 3.9원 오른 1170.3원으로 출발했으나, 장 초반에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1180원선을 위협하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보복 조치가 국내 증시와 더불어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미국 역시 맞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글로벌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ETF 시장에서도 대형주를 중심으로 자산유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라크에 있는 미군 공군기지에 로켓 공격이 발생해 미국 시간외 선물 0.8% 내외 하락 중”이라며 “미군의 인도양 집결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상태라 시장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익 매물 출회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유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당장 가계에 부담이 되는 데다 미ㆍ이란 갈등이 금융시장에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유가와 금융시장, 해외건설, 해운, 물류 관련 상황을 종합적으로 체크해 적기 대응하겠다. 이상 징후 발생 시에는 비상대응 계획에 따른 조치를 취사 선택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