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낙하산 근절’ 食言…합의서까지 쓰고 기업은행장 임명 강행

입력 2020-01-07 05:00 수정 2020-01-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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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시 문서로 약속, 금융노조 “정책협약 파기” 반발…방문규 이어 윤종원 행장 임명 강행 논란

▲더불어민주당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대선을 한 달 앞둔 2017년 4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며 작성한 협약서. 서명란에 윤호중 민주당 의원과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의 사인이 보인다. 이날 협약서에는 낙하산 인사 근절을 비롯해 금산분리, 성과연봉제 폐기, 노사자율경영 등과 관련한 정책실현을 위해 상호 협력을 약속한다고 명시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대선을 한 달 앞둔 2017년 4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며 작성한 협약서. 서명란에 윤호중 민주당 의원과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의 사인이 보인다. 이날 협약서에는 낙하산 인사 근절을 비롯해 금산분리, 성과연봉제 폐기, 노사자율경영 등과 관련한 정책실현을 위해 상호 협력을 약속한다고 명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과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협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란 이력으로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혀 있는 상황에서 낙하산 논란이 ‘허위 공약’ 문제로 확전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에는 금융노조와 정책협약서를 통해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하고도, 윤 행장 내정으로 직접 서약한 협약을 파기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관피아’ 재취업 관행에 일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금융노조 정책협약서’에 따르면 양측은 그해 4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내용에 협약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윤호중 공동정책본부장과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이 협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윤 의원은 정책협약 체결 책임자로 나섰다. 그는 문 대통령을 대신해 허 금융노조위원장과 정책협약서에 직접 서명했다. 정책협약이 체결된 뒤에는 당시 당 대표였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해당 정책협약서에는 인터넷은행 허가와 성과연봉제 폐지 관련 약속도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내용과 은행 간 과당경쟁을 근절하고 성과연봉제 폐기를 포함한 과도한 성과문화 확산정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 과제인 노동이사제 도입 내용도 포함됐다. 정책협약서에는 정부가 경영평가와 예산지침을 이용해 불합리하게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것을 막고, 노사자율경영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금융노조는 이번 윤 기업은행장 임명을 문 대통령의 허위공약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윤 행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힐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가 허위공약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은행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장도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은행 관련 이력이 전무한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임명하면서 관피아 밥그릇 챙겨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허 노조위원장은 “대선 때만 되면 후보들이 너도나도 정책협약을 남발하는데 실제로 당선된 후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대선 후보들도 정책협약의 무게를 알고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책협약에 나온 인터넷은행, 성과연봉제 등과 관련된 이슈 중 정부가 지킨 약속은 아무것도 없다”며 “문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 근절을 사회적 의제로 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낙하산 인사는 한쪽이 낙하산이라 하고 다른 한쪽은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해석의 문제가 있는 주관적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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