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의 ‘낙하산 인사’ 출근 저지 투쟁으로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의 첫 출근이 또 무산됐다. 청와대가 윤 행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청와대와 금융노조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윤 행장은 6일 지난주에 이어 기업은행 본점으로 두 번째 출근을 시도하다 금융노조의 반발로 출근이 무산됐다. 윤 행장은 지난주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본점 앞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금융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계속되자 인근에 위치한 임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3일 윤 행장의 출근이 저지된 이후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금융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우회적으로 반박하고 윤 행장을 지지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관료 출신이 금융기관 수장으로 가는 것을 많이 비판했는데 이번 인선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인사 과정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이런 발언은 외부 관료 출신 행장은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은행 실무 경험이 없다는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고, 문재인 정부 인사시스템의 당위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 행장은 금융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첫 출근이 저지된 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범금융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해 금융노조와 만나 합리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금융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듯 “청와대에 제청했고 윤 행장이 기업은행장 자리에 적합하다는 것은 전체 이력을 보면 나온다”면서 “외부에서 왔지만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이고, 어차피 노조위원장과 윤 행장 두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얼마 전 윤 전 수석의 수출입은행장 임명이 무산되자 그 대체재로 기업은행장 자리를 준 것은 전형적인 낙하산 보은 인사다”라면서 “청와대는 계속 노조위원장과 윤 전 수석, 개인 대 개인의 대결로 몰고 가는데 이 문제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던 집권 여당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2010년 조준희 전 행장을 시작으로 권선주, 김도진 전 행장까지 3번 연속 내부 출신 행장이 조직을 이끌었다. 이번 윤 행장 임명으로 10년 만에 내부 출신 행장 관행이 깨지면서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관료 출신 행장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