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개설 이래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어 답변이 이뤄진 청원 10개 중 4개는 ‘젠더’ 관련 이슈였다.
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빅데이터 분석 결과 답변을 받은 청원 98개 중 39개(39.8%)가 젠더 관련 내용이었다. 1만 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의 25.4%(882개 중 224개)도 젠더 관련으로 남녀 간 갈등이 사회적 쟁점으로 자리했다.
우리 사회를 뒤덮은 수많은 갈등 중 젠더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증오’로까지 이어지며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인근의 건물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은 대표적인 ‘여성 혐오’ 범죄이다.‘이수역 폭행사건’, ‘곰탕집 성추행’ 등으로 젠더 갈등은 심화됐다. 극단적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짓고, 증오하면서 과격해 지기도 했다.
특히 ‘양성평등’의 외침 뒤엔 ‘역차별’이라는 구호가 따라다녔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더욱 격렬하게 젠더 문제에 반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2030 남성과 여성의 인식 차이가 또렷해졌다. 올 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만19~39세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2030세대 젠더 인식을 분석한 ‘포용국가와 청년정책’에 따르면 여성은 ‘불평등’, 남성은 ‘역차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조사 대상 여성 89.0%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심하다고 봤고, 남성은 45.8%만 동의했다. ‘남성에 대한 성차별’과 ‘남성 혐오’에 대해서는 남성의 70%가량이 심각하다고 해 입장차를 보였다.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이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던 사회 주제를 갈등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젠더 갈등이 70.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5년 상반기~2016년 상반기 조사 당시 남녀 갈등이 31.0%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 젠더 관련 전문가는 “갈등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남녀 간 맹목적인 비방과 극단적인 대립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성차별적 관행을 깨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