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점프 코리아’①] 종교전쟁 같은 이념 대립… 대화해야 할 광장, 갈등의 상징으로

입력 2020-01-02 05:00 수정 2020-01-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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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마녀사냥 다음은 순교...지금 멈춰야”

대학교수들이 매년 꼽는 ‘올해의 사자성어’라는 것이 있다. 그해의 한국사회를 압축해 보여주는 올해의 사자성어에서 2019년에 교수들이 선택한 단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다. 공명지조는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 달린 상상 속의 새를 가리키는 말로 불교경전에 등장한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하나는 밤에 일어나는데, 이 중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는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한 머리는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어 버리고 말았다. 한쪽을 죽이면 자신에게 득이 될 것으로 믿지만 사실은 같이 죽는 공동운명체라는 교훈이 담긴 사자성어다.

교수들이 공명지조를 택한 이유는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극심한 이념 갈등을 벌이고 있는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 교수신문에 따르면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각 진영의 정의와 도덕성이 독선적으로 폭주하려고 해 자기검열과 자아비판의 건강한 힘을 상실했다”며 “상생의 비전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명지조를 택한 다른 교수들도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이용하고 심화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서울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광화문 광장은 공명지조의 교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대화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광장은 갈등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살가운 대화 대신 분노와 비난의 음역대로 채워진 확성기는 귀를 막은 행인을 지하로, 골목으로 내쫓는 모순의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좌우 갈등이 극심해진 원인을 이념이 종교화하고 있는 현상에서 찾는다. 자신과 이념이 같은 정치지도자를 마치 종교지도자처럼 숭배하는 군중들이 존재하고, 정치인들 스스로도 대화와 타협의 민주적인 절차 대신 종교전쟁을 치르듯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둘러싼 ‘배신자’ 논란은 종교처럼 절대화한 이념이나 확신이 가진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 전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고 진보의 자성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진보 진영으로부터 종교적 파문과도 같은 공격을 받는 중이다. “신은 죽었다”라고 했던 니체가 겪은 고초를 연상케 할 정도다. 니체는 신과 인간이라는 이분법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자 일상이던 당시 유럽의 관념에 도전한 이 말 한마디로 톨스토이 등 유럽의 지식인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고, 결국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념 대결이 지속돼 결국 종교전쟁 같은 극단적 대결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대 한 교수는 “성전(聖戰)에는 마녀사냥과 순교가 뒤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신을 위해 저자를 죽이라’는 선동이 이어지고 나중에는 ‘신을 위해 당신이 죽어라’라는 요구가 나오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죽여’ 단계인데, 지금이라도 멈추지 않으면 ‘죽어’가 될 테니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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