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은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를 그 주인공으로 꼽았다. 31일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를 구성하는 500대 기업의 10년 치 주가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넷플릭스의 주가는 2009년 말 이후 10년간 4080%(41.8배) 상승해 500개사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최악의 종목은 75% 하락한 에너지 대기업 아파치였다.
신문은 당시 투자자들이 기존 산업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할 ‘디스럽터(disrupter, 파괴자)’의 대표주자로서 넷플릭스를 지지한 것이라며 월가에서는 이미 새로운 10년을 향한 차세대 유망주 찾기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2010년대를 대표하는 디스럽터로서의 자격이 충분했다. 1997년 DVD 대여점으로 출발해 2007년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저렴한 정액 요금제와 자체 콘텐츠로 인기를 모았고, 지금은 미국에서만 6100만 명, 해외에서 9800만 명의 유료회원을 거느린, 그야말로 동영상 스트리밍 업계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넷플릭스의 부상은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비디오 대여 체인 블록버스터를 파산으로 몰아넣은 것은 물론, 미국 케이블 TV 업계 재편의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닛케이는 시장이 넷플릭스를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콘텐츠 서비스 업체로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시장은 넷플릭스를 ‘기술 기업’으로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터 과학 전문가로,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먼저 깨달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용자가 최근에 어떤 작품을, 어디까지 재생했는지 등을 놓고 분석에 분석을 거듭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런 노력이 고객 만족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에 뛰어들면서 넷플릭스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2018년 6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후 최근에는 박스권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왕국’ 월트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콘텐츠 공급을 끊고 독자 서비스를 시작했고, 아마존과 애플도 자체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넷플릭스에 열광하던 투자자들에게 이런 경쟁 격화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월가는 2020년대 진입을 앞두고 향후 10년 간 주식시장에 대이변을 일으킬 새로운 종목 찾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0년대의 투자 테마로 ‘세계화의 종말’, ‘기후변화’, ‘로봇·자동화’, ‘우주’ 등을 선정했다. 실제로, 2010년대의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괴짜 사업가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버진갤럭틱이 우주여행 회사로는 최초로 증시에 상장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렸다. 신문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층이 두터워지는 만큼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저변도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