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상황에 노사 갈등마저 골이 깊어졌다. 결국 올해는 10년 만에 국내 생산 400만 대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완성차 업계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61만3077대에 머물렀다. 작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규모다.
올해 월평균 생산량은 32만8000대 수준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400만 대 생산기록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9년(351만2926대) 이후로 지난해까지 줄곧 400만 대를 넘겼다.
올해는 현대차 노사가 8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고, 쌍용차 노사가 ‘임금 삭감’에 합의하는 등 선진 노사문화의 정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한 해였다.
다만 기아차를 포함해 르노삼성과 한국지엠(GM)은 경직된 노사문화를 여지없이 드러내 아쉬움을 남겼다.
먼저 기아자동차 노조는 성탄절을 앞둔 24일 임단협 합의에 실패하며 부분 파업에 나섰다.
26일이 되어서야 생산이 정상화됐지만 연말을 앞두고 생산라인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노사 양측은 내년 1월 3일까지는 추가 본교섭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해 임단협 갈등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관건은 역시 임금이다. 사측은 기존 잠정합의안에 나왔던 성과 및 격려금 150%+320만 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포함)을 합의 즉시 지급하고, 대체 휴가 미사용 시 월차와 동일하게 정산해 지급하는 등의 안을 들고 나왔다.
반면 노조 측은 임금 인상 부분이 앞선 잠정합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본교섭을 거부했다. 노조는 2차 잠정합의안에서 임금 인상이 반영되지 않으면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다.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임단협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일부 근로자가 집행부 파업선언에 반대해 정상 출근하자 노노갈등마저 불거지는 양상이다.
르노삼성 사측은 부산공장 전체 근무자 2172명 가운데 1600명이 출근(30일 기준)해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근로자 중심의 노조원으로 보면 전체 1727명 가운데 531명이 출근하지 않아 파업 참가율은 30.1% 수준에 머물렀다.
르노삼성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결렬로 20일 오후부터 파업에 나섰다. 그러나 참여율은 23일(40.1%)→24일(37.4%)→26일(32.9%)→27일(32.5%) 등으로 하락 중이다. 다음 달엔 참여율이 30%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집행부 투쟁 동력이 떨어지면서 노노갈등 양상까지 불거졌다.
르노삼성에서는 정상 출근하는 근로자와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 사이에 감정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공식 절차를 밟아 출범한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총 3개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임단협으로 올해 6월까지 10개월여에 걸쳐 부분파업을 이어온 바 있다. 그러나 다시 6개월 만에 올해 임단협 결렬로 재파업에 들어갔다.
한국지엠(GM)은 창원공장과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졌다.
창원공장의 경우 물량 감소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580여 명이 소속된 도급업체 7곳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해지는 31일이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 수백 명을 해고하고, 다시 하청업체를 통해 신규 직원 채용 공고를 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지회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24일 창원공장에서 근무할 생산직 감독자 및 단기계약직 기능직 사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지회는 “물량 부족으로 해고 통보 후 신규 채용하는 것은 우리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기만행위”라고 비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년 국내 자동차 판매는 올해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칠 만큼 저성장 시대가 왔다”며 “올해 현대차 무분규 타결에 이어 기아차까지 협상이 잘됐다면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에 큰 보탬이 됐을 텐데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