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 A는 2013년 7월 초 국립중앙의료원 건물 1층에 위치한 점포의 사용 허가 입찰에 참여해 낙찰자로 선정됐고, 해당 점포를 커피 전문점으로 사용하기 위한 계약을 국립중앙의료원과 체결했다. 가맹본부 A는 위 계약 체결 직후 가맹희망자 B와 커피전문점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하고 1년 치 임차료, 인테리어 시공 비용,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총 3억1600만 원을 수령했다.
가맹본부 A는 B와 체결한 계약이 가맹계약이 아닌, 위탁관리계약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맹본부 A가 B와 체결한 계약의 명칭은 위탁관리계약이지만 그 운영의 실질은 위수탁거래가 아닌 가맹사업이었다. 즉 점포에서 발생한 영업이익과 손실은 B에게 귀속됐고 점포의 인테리어 비용, 각종 시설·집기 설치 비용, 임차료·관리비, 재고 손실 등 점포의 개설·운영에 드는 비용 등도 모두 B가 부담했다.
이러한 경우 가맹본부 A의 행위는 가맹사업법이 적용돼 가맹사업법 제7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가맹희망자에게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가맹희망자로부터 가맹금을 수령하거나 가맹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정위는 이 사건 계약 계약의 명칭과는 별개로 그 내용과 운영의 실질이 가맹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가맹본부 A가 가맹사업에 해당함에도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희망자인 B와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가맹금을 수령하는 행위를 했으므로, 가맹사업법 제7조(정보공개서의 제공의무 등)에 위반된다고 보고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이 가맹본부 A와 B 간 가맹사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가맹사업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다섯 가지 요건(가맹본부의 상표·서비스표·상호·간판 등 영업표지 사용,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용역을 판매, 영업활동에 대한 가맹본부의 지원·교육 및 통제, 가맹점사업자는 영업표지 사용 및 지원·교육에 대한 대가로 가맹본부에 가맹금 지급, 계속적인 거래관계)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은 그 명칭과는 별개로 그 내용과 운영의 실질이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에 해당하므로 가맹본부 A가 B에게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가맹금을 수령한 행위는 가맹사업법 제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즉 B는 가맹본부의 '○○커피' 영어표지를 사용했고, 이 사건 점포의 시설·인테리어가 '○○커피' 콘셉트에 부합했고, 가맹본부 A의 영업방식에 따라 가맹본부 A의 다른 가맹점들과 같은 방식으로 커피, 음료 등을 판매했다. 또 영업활동에 대한 가맹본부 A의 교육 및 통제가 있었고 B가 가맹본부 A에게 지급한 1억8000만 원은 B가 가맹본부 A의 영업표지 사용 및 지원·교육 등에 대한 대가로 가맹본부 A에게 지급한 가맹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아울러 B가 이 사건 점포 운영 중 가맹본부 A로부터 원·부자재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았으므로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판단에 앞서 가맹본부 A는 이 사건 점포가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이고, B는 이 사건 점포의 위탁관리인에 불과하며, 가맹본부 A에게 가맹금을 지급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은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통상 ‘위수탁거래’라 함은 ‘수탁자가 위탁자의 계산으로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하고 그 법적 효과는 위탁자에게 귀속하는 법률행위’를 의미하는데,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이 그 실질도 위수탁거래에 해당하려면 이 사건 점포에서 취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실질적인 소유권 귀속 주체 및 당해 상품이나 용역의 판매·취급에 따른 실질적인 위험의 부담주체가 가맹본부 A이어야 하는바, 다음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의 실질은 위수탁거래로 볼 수 없다며 가맹본부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째, 가맹본부 A는 이 사건 점포에서 발생한 총매출액에서 원·부자재 및 점포 관리비 등 점포운영비용을 공제한 비용을 B에게 전액 지급했으므로 이 사건 점포에서 발생한 영업이익과 손실은 가맹본부 A가 아닌 B에게 전부 귀속됐다.
둘째, 가맹본부 A가 공급하는 원·부자재의 재고손실도 모두 B가 부담했다.
셋째, 이 사건 점포의 인테리어 비용, 각종 시설·집기 설치비용, 직원 임금 및 보험료, 임차료·관리비 등 점포의 개설·운영에 드는 비용 전부를 B가 부담했다.
또한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서에서 A를 가맹본부, B를 가맹점사업자로 칭하고 있었으며, B가 가맹본부 A에게 지급해야 하는 1억8000만 원의 명목에 가맹비, 교육비가 포함돼 있어 결국 이 돈은 B가 가맹본부 A의 영업표지 사용 및 지원·교육 등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 가맹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불어 가맹본부 A는 블로그나 언론기사 등을 통해 병원, 백화점 등 수요층이 안정적인 특수상권에서의 창업을 홍보하고 있는데, 창업이란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에 해당하는 사항이며, 언론보도 내용에서도 가맹비, 교육비 및 물품보증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한다고 소개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점을 명시하는 등 가맹본부 A도 이 사건 거래방식을 가맹계약으로 보고 있다.
가맹본부들이 병원, 대형마트 등 안정적인 상권에 있는 점포를 임차한 후 해당 점포의 위탁관리계약을 가맹희망자와 체결하면서 가맹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가맹계약과 차이가 없고, 오히려 우수 상권이라는 이유로 소위 프리미엄(웃돈)까지 부가하며, 가맹희망자들은 통상적인 가맹계약 시보다 더 많은 투자하게 된다.
가맹계약인지 여부는 그 명칭이 아니라 계약 내용에 따라 결정되므로 가맹희망자들은 자신이 체결한 계약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가맹계약의 경우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위수탁계약에 비해 가맹희망자는 더 많은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 이익과 손실이 가맹희망자에게 귀속되고, 점포의 개설·운영에 드는 비용을 모두 가맹희망자가 부담한다면 위수탁계약이 아닌 가맹계약일 가능성이 크므로 가맹희망자는 계약 내용을 살펴 정보공개서를 받아야 한다.
또한 가맹계약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가맹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가맹희망자는 가맹본부에 가맹 계약 체결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가맹금 반환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