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 카드를 꺼내들면서 그렇잖아도 복잡한 선거법 개정 협상 셈법이 얽히고설키는 형국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 대안신당) 공조가 삐끗한 상황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 좌파 연합세력 ‘심·정·손·박(심상정·정동영·손학규·박지원)이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당론 측면에서 선거법 개정 불가라는 입장은 변함없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4+1 협의체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압박하면서도 제도 허점을 파고들어 의석수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한국당 내부에서는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경우 현역 국회의원을 비례한국당으로 출마하게 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현행법상 위성정당 창당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국당이 내놓은 의외의 카드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은 ‘해괴한 방식’, ‘괴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내부에서는 ‘우리도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공당이 그런 탈법적이고 주권자의 뜻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겠다는 망언을 할 수가 있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선거운동을 하려면 비례대표 등록을 전면 포기해야 하고, 선거운동도 매우 제한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꼼수가 아닌 부당한 선거제도 개악에 대한 합법적 대처 방안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 카드와 대규모 규탄대회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례한국당 창당을 현실화하려면 난관도 있다.
당장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게 아닌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당으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또 총선을 앞두고 당을 옮겨야 하는 일부 의원의 반발뿐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캡(상한제)이 적용될 경우 한국당에서 비례대표를 내야 하는 점도 있다.
현실적인 난관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에 맞서 ‘비례한국당’ 카드를 내놓은 가운데 허를 찔린 여권 등 각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