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A씨(40세, 1주택자)가 구입한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올해 10억 원으로 올랐다. A씨는 얼마 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약 22만 원을 냈다. 그런데 내년에는 A씨가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가 10만 원 더 늘어날 상황이다. A씨 아파트에 매겨지는 종부세 세율이 0.5%에서 0.6%로, 공정시장가액 비율(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하는 비율)은 85%에 90%로 오르기 때문이다.
#2.내년 서울에서 아파트를 마련하고 싶어하는 B씨는 금융 부담이 많이 늘어날 판이다. B씨가 알아보는 아파트는 시가가 14억 원가량이다. 올해 B씨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았다면 5억6000만 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내년엔 한도가 4억6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정부가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엔, 9억 원까지는 담보인정비율(LTV) 40%, 초과액은 20%를 적용하기로 해서다. 이마저 이 아파트가 내년 15억 원 넘게 오르면 B씨의 주담대는 아예 막힌다.
정부는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내년 상반기 종합부동산세법을 개정해 세율을 인상하기로 했다. 비규제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현재 세율보다 0.2~0.8%포인트(P), 나머지 주택 보유자는 0.1~0.3%P 인상된다. 주택 보유 부담을 늘려 다주택자가 시장에 물건을 내놓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종부세 인상과 함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높이는 데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현재 68.9%인 현실화율을 적어도 70%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정부는 내년 공시가격엔 시세 변동률도 그대로 반영키로 했다. 현실화율이 높아지면 공시가격도 오르는 만큼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세 차익을 노린 주택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담도 늘어난다. 보유한 지 2년 만에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세율을 최대 50%까지 높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또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팔면, 분양권까지 주택 수에 포함해 양도세를 중과한다.
이번 대책엔 금융 규제 강화 방안도 담겼다. 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해 고가주택이나 투자용 주택 구입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시가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엔 주택담보대출 LTV를 축소하고, 15억 원이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키로 했다. 또 투자용 주택 구입을 막기 위해 1주택자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주택을 추가 구입하면 1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도록 했다. 무주택자가 시가 9억 원 이상 주택을 샀을 때도 1년 안에 전입해야 한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 규제도 강화된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시가 9억 원 이상 주택을 사거나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하면 대출금을 회수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