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연준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했더라면 뉴욕증시가 더 잘나갔을 것이라고 올해 내내 성토한 것도 그만큼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새해에는 이런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중앙은행들이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미증유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8년 터지고 나서 연준이 전례가 없는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등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경제가 지금도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 저금리와 저물가, 저성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뉴노멀(New Normal)’은 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게 됐다.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선진국 저물가 상황을 벗어나기는 요원하고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느끼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리 결정이나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제가 요동치면 중앙은행들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 더욱 큰 문제는 중앙은행들에 경제회복을 의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시절인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선진국들이 다음 경제위기가 왔을 때 중앙은행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면 아주 좋을 것”이라며 “정부들이 재정정책과 관련해 옳은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일부는 개혁에 착수했지만 다른 곳은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지나치게 중앙은행을 믿는 나머지 개혁을 소홀히 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회장도 다보스포럼에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는 중앙은행들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중앙은행 중 일부는 위기에 대응할 실탄이 매우 부족한 상태이고 다른 중앙은행들도 약간 더 유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익스트림 머니’의 저자인 국제금융 전문가 사트야지트 다스는 연초 블룸버그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재난으로 가는 ‘레시피’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부채가 올해 상반기에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달하는 250조 달러에 달했다는 사실은 이미 중앙은행에 너무 의존했던 부작용이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인 부채를 어느 순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대재앙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이제 각국 정부와 시장은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어떻게든 낮추고 성장을 촉진할 새 대안을 찾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