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전면 개정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하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올해 3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전부 개정안이 상정되긴 했지만 국회 처리를 위한 여야 간 논의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당의 전면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 고수와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 국면, 총선 정국 등을 고려할 때 전부 개정안이 이번 20대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하고 자동폐기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공정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정위가 작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전부 개정안이 올해 3월 국회 정무위에 상정된 이후 여야의 법안 심사가 아직까지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부 개정안이 계속해서 국회에 표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에서 전부 개정안의 국회 논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공정위가 21세기 경제 상황에 맞게 38년 만에 전면 손질한 전부 개정안에는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경성담합)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상장사 소유 지분 20% 이상으로 확대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 지분율 확대(상장사 20%·비상장사 40%→상장사 30%·비상장사 50%) 등 정부의 재벌개혁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이를 두고 그간 야당에서는 공정위가 단기간에 개정안을 만들어 졸속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도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이라며 비판을 가해왔다.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간 대치 국면도 문제다. 현재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격화한 상황에서 후순위법안인 전부 개정안을 논의하는 건 사실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내년 5월 29일로 종료되는 20대 국회에서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는 건 무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20대 국회 종료 전까지 전부 개정안 중 쟁점과 무관한 내용의 부분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내년부터 총선 체제로 돌입하는 여야가 국회 입법에 뒷짐을 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전부 개정안이 국회통과를 못하면 자동폐기된다. 공정위가 21대 국회에 해당 법안을 새로 제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20대 국회 임기 내 전부 개정안 통과가 회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전부 개정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여전하고, 총선 정국을 고려할 때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 다음 국회에서는 전부 개정안이 아닌 일부 개정안을 순차적으로 제출해 입법화하는 전략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