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백억 원대의 불법대출을 한 혐의를 받는 유동천(79)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추가 기소를 제 때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8년 전 수사가 마무리된 사건인데도 기소를 미루다 공소시효 만료 6일을 남기고 기소한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지난 8월 5일 유 회장과 유동국(59) 전 전무, 재경태백시민회장 박모(68)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유 회장은 1만여 명의 명의를 도용해 1200억 원을 불법 대출한 후 유용한 혐의 등으로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 사건은 유 회장의 지인 지모 씨가 대출을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지 씨는 2007년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1300억 원의 대출을 받고, 70억 원을 더 요청했다. 유 회장은 박 씨에게 명의와 담보를 빌려 70억 원의 대출을 내주고 이자 10억 원가량을 부담하게 했다. 이후 박 씨가 유 회장에게 이자와 담보 등을 해결해주겠다는 약속과 다르다고 따지자 2009년 유 전 전무에게 10억 원의 추가 대출을 해주도록 했다.
사건의 배경이 된 1300억 원 중 770억 원 불법 대출의 공소시효는 이미 2017년 만료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이 2011년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음에도 8년이 지난 시점에 공소를 제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9월 17일 이들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유 전 전무 측의 변호인도 "공소시효를 며칠 남겨두고 갑자기 기소하는 바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 다른 사건 공판 과정에서 진술이 나오거나 수사를 통해 추가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옛날 사건을 갑자기 꺼내 들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지 씨가 받은 대출금액 중 상당부분을 불법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2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검찰은 "2007년 지 씨에게 700억 원 상당을 대출했는데 200억 원의 담보만 받은 부실 대출이었다"며 유 전 전무를 신문한 바 있다.
검찰은 유 회장에 대한 배임 혐의액수를 10억 원으로 적시했다. 나머지 대출 원금 등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하지 못했다.
검찰이 기소를 미룬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공교롭게도 검찰이 유 회장 사건을 기소한 시점은 지난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에서 등장한 '윤우진 의혹'이 재수사에 들어간 때와 겹친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월 윤 전 성동세무서장이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는 검찰 내 비호세력이 있지 않냐는 의혹을 제시하며 고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윤우진 의혹은 검경 신경전이 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다. 2012년 검찰은 유 회장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당시 수사를 주도한 윤대진 수원지검장의 형 윤 전 세무서장을 뇌물 혐의로 수사했고 검찰은 이를 ‘보복성 수사’로 여기는 기류가 있었다.
문제는 유 회장 등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배임 액수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점이다. 특경법 제3조에 따르면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이들에게 적용된 이득 액수는 10억 원인 만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한정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충분히 이뤄져 기소 처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