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기<사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달 25~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표준 협력의 이행과 촉진이 중요한 의제로 포함된 것은 뜻깊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아세안 10개국 모두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기도 해 장차 한반도 통일과 표준 협력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통합에 있어서 표준의 역할을 한·아세안 표준 협력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 국가들은 통합이 논의되던 시기에 앞서 표준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럽 차원이 표준화 기구를 창설했다.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가 형성되고 1960년에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가 설립되자 그 1년 후인 1961년에 유럽 지역 내 무역 촉진을 목표로 유럽표준화위원회(CEN)가 발족했다. CEN의 주요 활동은 유럽 지역의 제조자와 시장의 요구에 따라 제품과 시험 방법 등에 관한 표준(EN)을 제정하는 것이다. 또 유럽 각국 표준화 기구 간 협력을 도모하며, 기술 장벽 제거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을 촉진하고, 적합성 평가를 위한 유럽 시스템과 적합성 평가 결과에 대한 상호 인정 절차도 수립했다.
정 교수는 “유럽이 단일 시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장벽 제거를 목표로 하는 표준 통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중단되지 않고 진행된 표준 협력과 통합의 노력이 경제 통합의 재촉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1985년 채택한 신접근전략(New Approach)은 유럽의 역내 표준 통합을 통해 단일 시장 완성을 촉진하는 주요 수단으로, 1989년 채택한 세계접근전략(the Global Approach)은 유럽 표준의 지구적 국제 표준화를 통해 단일 시장 추진 혹은 완성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 유럽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했다”고 부연했다.
또 유럽 통합 과정에서 표준화는 미사와 스코트(Misa and Schot)가 자신들의 논문(Inventing Europe: Technology and the Hidden Integration of Europe)에서 밝힌 것처럼 ‘숨은 통합(hidden integration)으로 작용했다는 말도 했다.
정 교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아세안 표준화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다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며 “이는 한국과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 및 그 구성원들의 발전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