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0원을 터치하며 한달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한마디에 장중 하락세를 유지하던 환율이 장막판 급격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블룸버그통신 주최 뉴이코노미 국제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1단계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필요하다면 무역 보복도 겁내지 않는다”고 말해 일전불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사흘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외국인 매도가 12거래일째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에 불안감으로 작용했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 매도규모는 2조2150억원에 달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막판 시진핑 발언에 원·달러가 1180원을 터치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이슈에 위안화보다 원화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크게 보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에 1150원대까지 떨어졌던 상황에 대한 되돌림이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더 큰 악재는 결렬 이외에는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에 따라 다음주 원·달러는 1180원대 초반에서 저항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1190원까지는 열어둬야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1177.5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76.3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3.7원에 그쳤다.
역외환율은 나흘만에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76.0/1176.3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1.3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장막판 시진핑이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원·달러가 1180원을 터치했다. 다만 위안화 약세에 비해 원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 영향이 크다. 외인의 주식 매도가 언제 끝날지 지켜봐야 한다”며 “다음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어떤 뉴스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1180원대 중후반까지 오를 수 있겠지만 더 이상 악재는 결렬밖에 없다는 점에서 1180원대 초반에서 저항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좋은 소식이 나온다면 1160원대까지도 떨어질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최근 흐름을 보면 지난달 금통위 이후 1180원에서 1150원대까지 떨어졌었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재부상하면서 기존 헤지포지션을 비롯해 글로벌 차원에서 포지션 조정이 있었다. 다만 심리가 실물흐름을 앞서 가다보니 최근 조정 폭이 깊은 것 같다. 같은 헤드라인 뉴스에 반대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스크 회피 심리로 2주만에 되돌림했다”며 “고점권에서 오퍼가 많이 나왔지만 이를 다 흡수하고 원·달러가 오르는 장세가 반복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 원·달러는 1190원까지는 봐야할 것 같다. 흐름 자체는 앞선 하락 흐름에 대한 되돌림이며, 되돌림 이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 현재 달러·엔은 0.01엔(0.01%) 상승한 108.59엔을, 유로·달러는 0.0010달러(0.09%) 하락한 1.1070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46위안(0.06%) 오른 7.0374위안을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5.36포인트(0.26%) 오른 2101.96을 기록했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870억400만원어치를 매도해 12거래일째 매도에 나섰다. 이는 7월31일부터 8월19일까지 기록한 13거래일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 순매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