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래 사업 구상에 대한 질문에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주축이고 항공운송과 관련된 사업과 그것을 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경영 상황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정리할 것이 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한 정리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뜻이다.
조 회장이 언급한 항공관련 핵심사업은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등으로 관련없는 사업은 부동산 관리(정석기업) 정도다.
하지만, 정석기업의 지분 대부분을 지주사인 한진칼(48.4%)과 오너 일가가 보유한 상황에서 조현민 부사장이 꾸려가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어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 한진정보통신, 토파스여행정보 등 정보서비스사업부문은 항공업 지원사업으로 분류돼 있으며 대부분 매년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정리 대상 가능성은 낮다.
다만, 항공업 지원사업 중에서도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은 위험할 수 있다.
한진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내 면세품 위탁판매업체인 '싸이버스카이'는 몇 년 만에 수익이 4분의 1로 쪼그라들었으며 리무진 등 항공운송사업과 연계된 부대사업을 운영하는 항공종합서비스는 지난해 1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그 외에 대한항공이 2010년 엔진 제작사 프랫 앤 휘트니와 만든 항공기 엔진수리업체인 '아이에이티'는 수년 째 적자폭을 키우고 있으며, 한진칼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광레저 회사 '제동레저' 역시 몇년 째 수천만원 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조 회장은 향후 항공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관계 등이 쉽게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내년에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내 환경도 어수선하고 내년 성수기에도 매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 "비용구조를 들여다봤는데 상당히 높아 그것을 좀 관리하며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 "연내 최대한 긴축재정 결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대 주주 지분은 고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전과 같다"면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어머니와 3남매가 법정 상속 비율인 1.5대 1대 1로 나눠 상속한 것과 관련,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기로 하며 3명이 합의한 것으로 형제들끼리 협력하며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말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 우려를 일축했다.
27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납부와 관련해서는 "지금 많이 어렵다. 1차분까지는 좀 넣었는데, 저는 소득이라도 있지만 다른 사람은 소득도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460억 원 규모의 1차 세금을 먼저 납부했으며, 나머지 금액은 5년간 6번에 걸쳐 나눠 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델타항공이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우호 지분이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제가 알기로는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들어온(지분투자) 것이지 저희랑 논의한 적은 없다"면서 "3월(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우리에게 반기를 들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으며 이어 사모펀드 KCGI(15.98%), 미국 델타항공(10.00%), 반도(5.06%)의 순이다.
델타항공과의 현 조인트벤처(JV) 외에 다른 JV 모색 중이라는 점도 알렸다. 조 회장은 "서로 원하는 곳이 많지만 국내법상 한계가 있어 주저하고 있다"면서 "완전히 결합된 JV가 아니더라도 협력은 가능할 것 같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올해 '밴 플리트' 상 수상자로 고 조양호 전 회장과 미 보잉사를 선정했으며, 조 회장은 20일 맨해튼에서 열리는 수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밴 플리트 상은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했고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한 상이다. 매년 한미관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