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가 면세사업에 이어 호텔사업까지 해외 진출에 나서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 호텔신라는 2013년 싱가포르 창이공항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첫 삽을 뜬 후 호텔사업 부문의 해외 진출도 함께 추진해왔다.
이번 호텔사업의 해외 진출은 2006년 중국 쑤저우의 ‘진지레이크 신라호텔’을 20년간 위탁 운영하며 쌓은 해외 점포 운영 노하우와 인지도를 바탕으로 15년 만에 본격화했다. 진지레이크가 기존에 있던 호텔을 위탁 운영한데 그쳤다면 이번 베트남 다낭에 오픈하는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초기 설계부터 콘셉트까지 모두 관여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로 평가받는다.
신라호텔은 내년 2월 베트남 다낭에 첫 번째 신라모노그램인 ‘신라모노그램 다낭’의 오픈을 앞두고 공식 BI를 완성했다고 20일 밝혔다.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이달 말에서 12월 초 공사가 완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약 300개의 객실과 아웃도어 풀∙라운지 등 특별한 경험가치를 제공할 시설을 갖춘 리조트형 라이프스타일 콘셉트로 준비 중이다.
신라호텔은 ‘신라모노그램 다낭’의 개관 이후 글로벌 호텔로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나간다. 베트남 다낭을 필두로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10여개 도시에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신라호텔은 2021년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산호세)에 200여 개 객실 규모로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 새너제이’를 오픈할 예정이고, 인도네시아 발리 등에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신라호텔은 건물을 소유한 회사가 호텔경영 기술을 가진 업체에 호텔 운영을 맡기는 위탁경영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다. 메리어트ㆍ스타우드 등 세계적 호텔 체인이 오래전부터 사용한 방식으로, 직접 투자로 인한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현지 시장 상황을 잘 아는 기업과 손잡고 위탁운영을 하는 만큼 초기 해외 진출 시 겪을 수 있는 위험 부담을 줄였다”라며 “’신라모노그램’은 신라호텔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체인 호텔로 성장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의 해외 진출은 면세사업이 포문을 열었다. 2013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이어 마카오, 태국 푸껫, 일본 도쿄, 홍콩 첵랍콕 공항에 차례로 입점하며 해외 진출의 폭을 넓혔다. 지난달에는 세계 1위 기내 면세 사업자 미국 '3Sixty'의 지분을 취득하며 미주 지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은 미주 지역 진출로 해외 면세사업을 다각화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면세점 전문업체로 해외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호텔신라 측은 면세사업에 이어 호텔사업까지 해외로 진출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탄력받을 수 있게 됐다고 자체 평가한다. 호텔사업의 해외 진출로 현지인이나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 ‘신라’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 현지 시내면세점을 출점할 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호텔사업은 이제 첫 삽을 뜨는 단계인 만큼 본격적인 수익을 내며 자리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 또 진지레이크처럼 단순한 위탁경영 형태가 아닌, 초기 설계부터 참여한 만큼 이번 해외 진출은 투자 규모부터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진출하는 베트남 다낭이나 인도네시아 발리 등 관광지는 이미 해외 유명 호텔체인의 경쟁이 치열하다.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호텔사업 확장에 따른 투자를 버틸 수 있을 만큼 면세사업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텔신라 매출의 90%, 영업이익의 80%가 면세사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면세사업이 흔들리면 실적에 직격탄을 받는다. 그러나 국내 면세업계는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해 신라면세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4% 감소한 451억 원에 그쳤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35%나 줄어들어 감소 폭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