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내ㆍ외 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투자 규모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8일 '미국 사례로 보는 국내투자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는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간 차별 없는 투자 인센티브 제공 △50개 주의 투자 관련 정보 데이터베이스 제공 △‘셀렉트 USA 서밋’ 등 국내ㆍ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보와 인적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은 우선 국내투자가 부진한 현실을 짚었다.
지난해 이후 분기별 총고정자본형성(투자)은 전기 대비 4번 감소했다. 올해 3분기에도 2.3%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금액도 상위 20개국 중 한국은 19위에 그쳤다.
반면 미국의 경우 세계 경제의 어려움 가운데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투자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투자를 끌어내는 등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경련 측은 강조했다.
전경련은 미국과 한국의 관련 제도를 비교하며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국내ㆍ외 기업에 대한 차별 없이 같은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외국인투자촉진법, 조세특례제한법을 근거로 외국인투자지역, 자유무역지역, 경제자유구역 등에 입주하는 외국기업을 차별적으로 우대하고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외투 기업은 조세 감면, 현금 지원, 입지 지원 혜택을 받았지만, 국내기업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미국은 조세감면, 현금지원, 입지지원 등 투자와 관련된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투자로 인정한다.
인센티브에서 지정하는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국적과는 관계없이 일정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외에도 싱가포르ㆍ홍콩ㆍ대만ㆍ호주ㆍ영국ㆍ아일랜드ㆍ독일ㆍ프랑스ㆍ네덜란드ㆍ캐나다ㆍ브라질 등 21개 주요국은 원칙적으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투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ㆍ인도 등 5곳은 구분하고 있다.
투자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전경련 측은 주장했다.
국내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각 지역의 입지조건과 투자 인센티브 등을 비교하는 작업이 필수다. 하지만 지자체나 관련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방문, 전화 등을 통해 일일이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기업 대상으로는 ‘인베스트 코리아’ 홈페이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조건이 다른 투자 관련 정책을 1:1로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경련 측은 지적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미국 상무부에서 운영하는 ‘셀렉트 USA’ 사이트에서 투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특히 50개 주별로 필요에 따라 여러 투자 인센티브를 확인할 수 있다. 산업 클러스터 정보, 각종 비용 추산, 주요 통계 등도 제공한다.
국가적 투자유치 행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미국 상무부는 19개 중앙부처와 연계해 연 1회 ‘셀렉트 USA 서밋’을 개최한다. 국가적 투자유치 행사다.
투자에 대한 모든 정보와 주지사, 상ㆍ하원 의원 등 중요인사, 투자자, 관계 기관과 현지기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한국은 중앙부처 또는 지자체 단독의 투자설명회, 로드쇼, 해외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범부처ㆍ기관을 망라한 국가적 규모의 투자유치 행사는 없는 실정이다.
외국인 투자를 대상으로 한 ‘인베스트 코리아 위크(외국인투자주간)'이 있지만, 미국의 ‘셀렉트 USA 서밋’과 비교하면 범국가적 차원의 행사라 보기에는 어렵다고 전경련 측은 지적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IMF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불안한 성장세를 극복하고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특단의 투자 진흥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 역시 근본적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국적의 구분 없이 투자의 파이를 늘리는 투자 유치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