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제도 도입 20년이 지났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지주회사 20년의 평가와 과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초 정책당국이 내건 목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 괴리 완화와 소유구조 단순화라는 관점에서 평가할 때 성공적이지 못하다”며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제도는 기존 회사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로 엄격히 금지됐지만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허용됐다. 복잡한 상호출자구조로 인해 부진하던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소유구조의 단순화, 투명화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173개(일반지주회사 164개, 금융지주회사 9개) 지주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돼 있다.
박 연구원은 “지주회사를 통한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부채비율 상한, 자회사 최소 지분율 규제, 비계열사 지분 보유 제한, 증손회사 지분율 규제 등 보완장치를 제도화했다”며 “그러나 이는 과도한 규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규제인데 지주회사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하한(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을 법률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회사법의 △내부 통제시스템의 실효적 가동 △증권거래법 및 소송법상의 집단소송 및 다중대표소송 등에 따른 피소의 위험 △자회사 지분비율을 높게 유지할수록 유리한 세제구조 등 다양한 이유에서 자회사 지분을 높이는 것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가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정적 증거를 찾기 힘들다”며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분율의 비정상적 상승이나 금전적 이익 확보 가능성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상법 상 내부 통제시스템의 실효성 제고 △지주회사 전환의 세법상 혜택을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과 연계 △집단소송 활성화 및 대상 확대 △다중대표소송 도입 추진 등이 예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2006년 41개 대규모기업집단 중 4개 집단이 지주회사체제였으나 2018년에는 52개 중 21개 집단이 지주회사체제”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체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지주회사체제 전환집단에 포함된 기업수 비중은 2006년 12%에서 2018년 38%로, 자산 비중은 11%에서 27%로 증가했다”며 “대규모기업집단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기업집단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주회사체제 전환 이후 최대주주의 소유권과 지배권의 괴리도는 감소하지 않아 최대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유인은 여전히 상존한다”며 “지주회사체제 전환 이후 최대주주의 소유권과 지배권의 괴리도는 전환 이전보다 증가하고, 비전환집단보다 높은 수준이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