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해지 환급금 상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소비자 피해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해당 상품에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보험사와 이를 판매하는 보험대리점(GA)의 판매 과정에 있다는 의견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무해지 환급금 상품은 올해 1분기에만 108만 건이 판매됐다. 지난해 총 176만 건이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무해지 환급금 상품은 올해 두 배 이상 판매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일제히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가입 시 상품 가입 조건을 살피는 등 유의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해지 환급금 상품 판매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험사와 GA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적한 생명보험사는 해당 상품에 더 비싼 보험료를 책정해 이를 판매하는 설계사가 고액 수당을 받아가는 구조로 설계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해지 환급금 상품은 해지 때 보험 환급금을 주지 않는 대신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저렴하다. 여기에 특정 보험사는 종신 보험금 수령 시 사망 보험금에 납입 보험금을 함께 주는 방식으로 보험금 크기를 키웠다. 이 상품은 해지 때 환급률을 높여 가입자는 높은 수익률을 얻고, 판매자는 보험료가 더 많은 만큼 수수료를 더 많이 받아갈 수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무해지 환급금 상품 자체에 대한 통제보다 보험사와 GA의 판매 관행을 바로 잡아 소비자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대표적인 보험 판매 채널로 자리잡은 GA가 직접 배상책임을 짊어지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채이배 의원은 대형 GA에 직접적인 배상책임을 부과해 소속 설계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험대리점의 부실 모집행위로 보험 계약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모집을 위탁한 보험사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GA의 배상력이 부족해 소비자가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할 것에 대비한 조항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 GA는 중소 보험사보다 설계사 수와 배상력이 우월하다. 중소 보험사가 대형 GA를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와 관련, GA 역시 직접 배상책임을 갖는 방안에 큰 틀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 통과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GA가 직접 책임을 지면 배상 자력과 배상 절차에서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무위는 배상 자력 측면에서는 300억 원 이상 자본금을 보유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보험사가 아닌 3억 원 이하의 영업보증금 예탁의무만 갖는 GA가 직접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를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배상 절차 측면에서는 소비자가 손해배상 청구 시 가입한 보험설계사가 보험사 소속 설계사인지, GA 소속 설계사인지 또 GA가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청구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고 봤다. 이 밖에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는 GA에 모집을 위탁해 상품을 판매하고 이익을 누리고 있으므로 직접 배상책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