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지표에는 반등이 없었다. 경기는 반도체 호황에 고무됐던 2017년 3분기 정점을 찍고 하강국면에 머물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7년 3.2%에서 지난해 2.7%로 둔화했다. 올해엔 정부 목표치가 2.4~2.5%에서 2.0~2.1%로 사실상 하향 조정됐다. 대외여건 악화로 이마저도 달성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문별론 투자 감소세가 가파르다. 건설공사 집행실적인 건설기성(불변)과 설비투자(원계열)는 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째 감소세다. 전산업생산 증가율도 2017년 2.5%에서 지난해 1.4%로 둔화한 데 이어, 올해엔 1분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2분기부턴 증가율이 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광공업생산은 올 들어 내내 감소세다.
자동차·조선업 구조정으로 촉발된 제조업 위기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불황에 따른 수출액 감소가 투자·생산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D램 반도체 단가 하락 등으로 지난해 2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나마 소비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증가율은 지난해 3.0~5.3%에서 올해 1.7~2.4%로 큰 폭으로 둔화했다. 취업자 수도 월평균 증가 폭이 9만7000명에 그쳤던 지난해보단 확대됐으나, 산업·연령대별로 제조업과 40대 취업자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지표들이 반영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월(-0.1P) 하락으로 전환돼 올해 3월까지 9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8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3개월째 기준치(100)를 하회하고 있다. 9월 통계청은 2017년 9월(3분기)을 2013년 3월(1분기)부터 시작한 제11순환기의 ‘경기 정점’으로 판단했다. 최근 지표상으론 1분기 저점을 찍고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이는 여론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2017년 11월 34%, 지난해 5월 35%에서 올해 7월 12%로 줄었다. 반대로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해 5월 22%에서 올해 8월 62%로 늘었다. 임기 중 지난해 1주 83%까지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도 올해 10월 3주 3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이 힘을 못 썼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기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에 쏠려 있었고, 정부가 혁신성장을 추진한다곤 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고 주먹구구로 한 면이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그랬듯, 산업구조를 바꾸려면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고 정밀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려다보니 오히려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