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더한 실물지표 부진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중 관세 부과가 모두 실현될 경우, 우리 경제는 주로 중국 경제 둔화에 기인해 성장률 0.34%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표한 ‘중국 경제의 위험요인 평가 및 시사점(김성태 경제전망실장)’ 보고서에서 “최근 미·중 간 타협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협상 결과에 따라 양국의 통상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올해 들어 양국의 교역량이 총수입 증가율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감소함에 따라 양국 간 관세 부과가 주변국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올해 12월까지 부과하기로 공표된 관세가 모두 현실화한다는 가정하에 수입탄력성을 기반으로 양국의 교역량 감소를 계산하고 국제산업연관표를 기반으로 거시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중 간 관세 부과가 모두 실현될 경우 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0.34%P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중 양국이 동시에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미국의 성장률은 0.09%P 하락에 그치는 데 반해 중국의 성장률은 1.06%P 하락해서다. 우리 경제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로 미국(12.0%)의 2배를 넘는다.
대내적으론 중국의 최근 실물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게 위험요인이다. 기업들의 총자산수익률은 3% 초반까지 하락했으며,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에 달하고 있다. 또 채무불이행 기업은 지난해부터 급증해 올해 1분기에만 40여 개에 달했다. 은행 건전성 측면에선 28개 은행이 아직도 2018년 결산을 마무리하지 않았으며, 은행의 전체 부실 규모는 최근 3년간 50% 이상 증가했다. 은행의 순이자수익률은 2% 초반까지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이후 급등한 부동산가격이 조정되는 경우에는 가계·기업뿐 아니라 지방재정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18.0%에서 2018년 50.3%로 치솟았으며, 지방정부의 채권발행 잔액은 19조3000억 위안에 달한다.
KDI는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은 대체로 유효한 것으로 평가되나,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서는 제한적인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돼 추가적인 재정 확대가 여의치 않고, 완화적 통화정책은 자칫 가계·기업 신용 팽창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중국의 대내외 여건은 중국과 주변국들의 성장률을 상당 기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김 실장은 “과거 우리나라 통상정책 기조를 보면 개방도가 높고 자유무역협정(FTA)에 초점을 맞춰 왔기 때문에,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성과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통상 환경이 바뀌고 있으므로, 지금은 FTA를 넓혀가는 노력뿐 아니라 어딘가에서 생겨날 수 있는 통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우리 내부의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물적자원과 인적자원이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부실기업 정리 등 경제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