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예산안 및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 보고서에서 "세입여건 개선이 재정지출 확대의 중요한 선결 조건"이라면서 "추가적인 '증세'를 위한 정치적인 합의가 같이 논의돼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에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권고하는 있는데 여기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비교적 안정적인 채무 수준과 함께 낮은 조세부담률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5%포인트(P) 정도 낮은 편이며 이는 향후 재정지출 확대 시 재정 여력으로 작용할 것을 가정한 모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상대적으로 국가채무 수준이 낮고 조세수입 증가 폭이 다른 나라들보다 크다고 보기에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재정지출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국내외 경제여건이 불안정하고 내수개선 역시 불투명한 2019년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재정투자만으로 경제 활력에 따른 세입개선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인공지능(AI), 5G 등을 고려한 산업구조 개편에 이어 외교통일 분야까지 불투명한 상황임을 견지한다면 추가적인 '증세'를 위한 정치적인 합의가 같이 논의돼야만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개선된 세수여건 호재로 인해 재정수지를 균형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이 같은 추세를 낙관하기 어렵고 세입전망치 자체가 도전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2020년 관리재정수지 규모는 72조1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1%대에서 유지됐으나 최근 악화되고 있다. 국가채무도 내년에 40%를 넘긴 가운데 2023년에는 GDP 대비 46%까지 악화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까지 이어지던 세수호황은 올해부터 끝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국세 수입 규모를 올해(294조7919억 원)보다 2조7528억 원(0.9%) 줄어든 292조391억 원으로 전망했다. 국세 수입액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2013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23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등 참석자들은 내년 총선 이후에는 본격적인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황성현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한 현 정부가 증세 없이 재정을 확대해 국가채무만 늘린 정권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며 “늦어도 내년 총선 이후에는 본격적인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세수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증세는 없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세입 확대 방안과 관련해 "증세는 전혀 전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