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갈 곳 잃은 돈이 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몰리고 있다. 몸집 큰 ‘플레이어’들이 연간 6% 내외 수익률을 약속하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상장 리츠가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후속 주자들도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추세다.
1일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리츠 시장 규모는 최근 2년 사이 급격히 불었다. 2017년 9월까지 국내 상장 리츠의 자산 규모는 약 300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가 상장하고, 자산이 1조5000억 원 규모인 롯데리츠가 최근 상장하면서 자산 규모가 3조 원을 돌파하게 됐다. 규모가 불과 2년 사이 10배 이상 커진 셈이다.
리츠는 오피스, 상가, 주거용 건물 등 부동산을 공동구매하는 방법 중 하나다. 투자하는 지분만큼 부동산에서 나온 임대료 등 수익을 배당받는다. 상장 리츠는 이 지분이 거래소에서 주식 형태로 거래되기 때문에 부동산에 실제 투자하는 방식과 달리 현금화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실물을 팔아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직접 투자나 폐쇄형 부동산펀드와의 차별성이 여기 있다.
업계는 신한알파리츠가 리츠 열기에 불씨를 지핀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는 공모청약 결과 4.3대 1 경쟁률로 롯데리츠(63.2대 1) 이전 최고 경쟁률 기록했고, 올 초 추가 자산 매입비용을 충당하는 유상증자도 성공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주가도 함께 뛰었다. 공모가가 5000원인 주식이 최근 8000원 중반대에 거래되면서 시세차익으로만 60% 이상 수익률을 보였다. 신한리츠운용 관계자는 “규모 면에서 신뢰받는 신한금융지주가 시장에 직접 뛰어들면서 리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며 “지주 차원서 고객에 닿을 수 있는 채널이 많다는 점도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알파리츠에 두 달 앞서 상장한 이리츠코크렙도 올 초까지 이어진 부진을 털어내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까지 공모가(5000원)에 밑돌던 주가가 현재는 7000원 선에 형성됐다. 롯데리츠는 상장 첫날인 지난 30일 상한가를 찍었다.
저금리가 리츠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이 기대되는 대형 리츠에 관심이 쏠렸다. 올 상반기까지 저금리 대안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이었지만 독일 금리 연동 파생결합증권(DLS)의 원금 손실과 함께 홍콩 민주화 시위로 인한 홍콩H지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정부도 상장 리츠 열기에 한몫했다. 공모형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내년부터 공모형 리츠를 통해 얻은 배당소득은 다른 금융소득과 분리해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또 역세권이나 신도시·산업단지 등 공공자산 개발사업 사업자 선정 시 우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양한 형태로 리츠를 상장하려는 회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NH농협리츠운용은 현재 ‘NH프라임리츠’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로 이달 내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지스자산운용도 늦어도 내년 초까지 ‘이지스밸류리츠’를 상장할 방침이다. 두 리츠는 아직 상장된 바 없는 재간접 공모리츠로 직접 자산을 소유하는 대신 부동산펀드, 사모리츠 등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제이알투자운용은 내년 2분기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리츠를 최초로 상장할 계획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파이낸스 타워를 자산에 포함할 예정으로 이를 위한 모(母)리츠 1개와 자(子)리츠 1개를 세우고 국토부에 영업인가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밖에 KB부동산신탁은 리츠 자산을 더 늘린 뒤 이를 관리하는 모리츠를 상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