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는 2004년 7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때 50여 년 만에 북쪽의 여동생 병옥 씨를 만났다. 고령의 두 자매는 서로 얼싸안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눈물을 쏟아내다가 북받치는 감정을 가까스로 추스르고 밀렸던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신분이었으나 수차례 신청 끝에 이산가족 상봉 추첨에 뽑힌 강 여사를 동반으로 동행해 생면부지의 이모를 만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서먹한 상태에서 상봉했지만 어머니와 이모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다.
당시 문 대통령은 상봉 행사에서 "가족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님이 이모를 만나 염원의 1만 분의 1이라도 풀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공동 오찬에서 어머니와 함께 강 씨와 건배를 하는 등 정을 나누기도 했다.
강 여사는 함경남도 함주 출신으로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의 선친(문용형ㆍ78년 작고)과 함께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경남 거제로 피란했다. 강 여사와 여동생 강 씨는 이때 남과 북으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출연한 KBS 추석 특별기획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에 출연해 "제가 아마 평생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며 "다른 일들은 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함주군, 흥남시의 우리 옛날 살던 곳, 어머니와 외갓집을 한번 갈 수 있으면 더 소원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분단 후 6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이산가족이 고령화되면서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사례가 많아졌다.
지난 4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남쪽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 10명 중 6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사망자는 총 7만 9786명으로 전체 신청자인 13만3360명의 약 59.8%다. 또 신청자의 연령대는 80~90세가 40.5%로 가장 많았으며, 90세 이상도 23.2%를 차지해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9월 한 달 동안에만 이산가족 신청자 320명이 눈을 감은 것으로 나타나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주장하고 관련된 정부 실무회담 요청을 반려하는 등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 측에서 문 대통령이나 정부 앞으로 조전을 보내는 등 공식적인 조의를 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