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리정책, 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 우선돼야"

입력 2019-10-28 12:00 수정 2019-10-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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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률 하락 영향·시사점' 보고서…기준금리 인하 통한 물가안정 압박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정부의 상황 인식과 금융안정에 치중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작심 비판했다.

KDI는 이날 발표한 ‘최근 물가 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낮은 물가 상승률에는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금융안정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물가 상승률 하락을 기준금리 인하로 대처하는 것을 제약할 수 있으므로, 통화정책이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0.4% 하락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저물가 흐름은 공급 측 요인과 정책적 요인에 의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KDI는 최근 저물가를 ‘공급 충격에 수요 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다수 품목에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의 물가 상승률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추세와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KDI는 물가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저물가 상황에서 금리까지 정체되면 실질금리가 오르고, 실질금리 상승은 추가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한은의 통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실물경기에 큰 충격이 없던 2013~2015년 물가 상승률이 물가 안정목표를 큰 폭으로 하회했으며, 2016~2018년에도 목표 수준까지 반등하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물가 안정목표와 일시적인 격차를 보일 수는 있겠으나, 한 방향으로 괴리되는 현상이 지속된 점은 통화정책이 물가 변동에 충분히 대응해 수행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 총괄은 “지난해 11월 말 물가 상승률이 낮고 경기가 둔화하는 등 금리를 인하해야 할 여건이 있었지만, 당시 가계부채 증가를 감안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결정문에 나왔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해 봤을 때 물가안정보다는 그 당시에 금융안정을 조금 더 중시했구나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금융규제, 외환규제 등으로 금융안정을 도모하고,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총괄은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물가안정이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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