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7개월 연속으로 ‘경기 부진’ 진단을 내렸다. 수출액 감소세에 따른 설비투자·광공업생산 부진이 주된 배경이다.
KDI는 10일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가 확대됐으나,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기 부진을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생산 증가에 따른 소비 회복에도 수출·투자 감소가 이어지면서 광공업과 건설업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이다.
먼저 8월 서비스업생산은 도소매업과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증가로 전환되고 금융·보험업의 증가 폭이 확대되며 증가율이 전월 1.4%(이하 전년 동월 대비)에서 2.4%로 올랐다. 소매판매액 증가율도 4.1%로 전월(-0.3%)보다 대폭 확대됐다.
반면 광공업생산은 반도체와 통신방송장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자부품(-16.9%), 자동차(-11.9%)가 부진하며 2.9% 감소했다. 생산 증가의 전제인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시공실적)은 각각 2.7%, 6.9% 줄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9월 자본재 수입액도 반도체제조용장비(-67.7%)를 중심으로 8.0% 줄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나마 제조업 재고율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 경기 부진이 심화하지는 않았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투자 부진의 배경은 수출 감소다. 수출액은 8월(-13.8%)에 이어 9월에도 11.7% 줄었다. 8월 교역조건은 4.6% 하락했다. 수출은 단기적으로 반등이 어렵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도 강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교역량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투자심리 악화로 제조업 경기선행지수도 가파르게 하락하는 양상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선행지수가 100(기준치)을 하회하면서 하락하고 있고, 세계 교역량도 변동은 있지만 글로벌 경기 자체가 하강하는 분위기에서 반등하긴 어렵다”며 “우리 수출도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당분간은 글로벌 추세에 따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0.4% 하락하며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KDI는 “전월에 비해 농산물과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되며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므로, 이를 수요 위축이 심화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발표한 조사통계월보(글로벌 요인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일시적 요인의 영향으로, (글로벌) 추세를 크게 하회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이례적으로 낮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