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5일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발표를 앞두고 4차례의 관계부처·농업계 간담회 등을 열었다.
그러나 언론에 공개된 농업계와 공식 간담회는 고작 두 번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25일 발표를 앞둔 22일과 24일 진행됐다. 그나마 22일 간담회는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파행됐다. 사실상 간담회는 단 한 번 열린 셈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나선 두 차례 간담회에선 농업계의 6가지 요구가 정부에 전달됐지만, 미처 조율이나 협의를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급하게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발표를 했다.
농업계가 간담회에서 요구한 것은 △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 위원회 설치 △농업 예산 증액 △취약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공익형 직불제 도입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 6가지였다. 이에 정부는 이미 도입하기로 한 공익형 직불제 외에는 "검토하겠다"고 약속만 했다.
특히 김용범 차관은 발표를 하루 앞둔 24일 간담회에선 WTO 개도국 지위 여부 결정과 관련해 "아직 정부 입장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며 “우리 경제 위상과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 농업계 의견까지 두루 감안해 10월 중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차관의 발언을 신뢰한다면 우리 정부는 겨우 하루 만에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정한 것이다.
10월 23일이 90일이 되는 시점이었지만 USTR은 어떠한 발표도 없었다. 또 트럼프는 USTR에 60일까지 이와 관련해 보고하라고 했지만 보고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5년간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했고 굳이 발표를 서두를 필요 없이 농업계와 사전 조율이나 협의할 시간도 충분했던 셈이다.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는 "개도국 지위를 오래 버틴 건 맞다"면서도 "이전 정권에서는 이런 압력이 없었서 버틴 거냐 그런 것만은 아니고 포기는 포기라고 하더라도 사전 조율이나 협의 같은 것들이 너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가 농업계는 물론 향후 산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석훈 박사는 "기후변화협약에서의 당사국 지휘 변경으로 산업 분야에 주는 충격이 농업보다 작지는 않다"며 "사전 연구는 고사하고 업종별 협의 같은 최소한의 절차도 밟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