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를 소집했다.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등으로 내부통제에 허점이 드러나자 경영진에 대한 감시ㆍ견제를 당부하기 위함이다.
23일 관련 업계 따르면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신한지주와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 사외이사 10명과 면담했다. 그는 △이사회 구성ㆍ운영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 △경영진 성과평가 등이 담긴 ‘이사회 핸드북’을 전달하며 사외이사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당부했다.
경영진을 감시ㆍ견제해야 할 이사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은 ‘거수기’란 오명을 안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건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은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진다. 이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하나은행은 지성규 은행장 지시로 만든 DLF 손해배상 자료를 삭제하고 고의로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민병두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DLF 사태는 불완전판매나 도덕적 해이, 창구 직원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약탈적 금융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인으로 선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을 향해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하지만 언어유희에 불과하다”고 꼬집으며,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EO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에 선임권을 쥔 이사들을 호출한 것은 관치라고 지적한다. 올 초 윤 원장이 하나금융 이사진을 불러 함영주 행장의 3연임에 대해 우려를 전달할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관심을 끄는 CEO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다.
우선 조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리딩뱅크’ 위상을 다졌지만, 12월 나오는 채용 비리 재판 결과가 변수다. 손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이번 DLF와 라임 사태가 걸림돌이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과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내년 3월과 4월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핸드북 안에는 CEO 임기나 연임과 관련된 내용은 빠졌지만, CEO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감원이 사외이사를 직접 호출한 것은 관치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