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이 미국에서 직수입해 출고를 앞둔 픽업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가 사전계약에서 흥행을 거두고 있다. 기대 이상의 실적에 힘입은 한국지엠은 휴직자 복직을 단행하고 미래 시장 전략을 내놓으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23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콜로라도는 지난 8월 말 사전계약에 돌입한 뒤 3주 만에 1000건 이상의 계약 실적을 기록했다. 사 측이 예상한 계약 건수 400~500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9월 초 사전계약을 시작한 트래버스 역시 비슷한 실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로라도는 이르면 다음 주, 트래버스는 11월 중순 출고돼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한국지엠은 올해 들어 9월까지 내수에서 지난해 대비 9.2% 감소한 5만39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역대 최저 판매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한국지엠은 11월부터 콜로라도가, 12월부터는 트래버스가 각각 내수 판매 통계에 포함되기 시작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등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량 확보 문제도 해결되는 국면이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를 생산하는 미국 GM은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갈등으로 9월 이후 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현재는 합의안이 마련되고 조합원 총투표만을 앞둔 상황이라 한국지엠의 물량 확보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차 흥행에 기대감을 높인 한국지엠은 최근 무급휴직자 복직을 전격 단행하며 경영정상화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로 무급휴직 중인 직원 300명을 다음 달 1일부로 복직시키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임단협 당시 노사는 무급휴직자에 대해 ‘3년 뒤 복귀’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는데, 당시 합의보다 복직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휴직자는 복직 후 부평 2공장에 배치돼 SUV 트랙스 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업무는 조만간 확정될 전망이다.
또한, 한국지엠은 SUV 라인업과 친환경 고효율 엔진을 확대하겠다는 시장 공략 계획도 내놓았다.
한국지엠은 18일 열린 한국소비자학회 주관 학술대회에서 “중소형 자동차 시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 등 SUV 중심의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고성능ㆍ고효율의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 엔진을 갖춘 제품군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한국지엠이 중소형 SUV 라인업에 집중하고, GM의 차세대 엔진인 E-터보와 같은 라이트사이징 엔진을 확대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출시로 내수 판매가 늘어나길 기대한다”며 “휴직자 복직 등의 조치로 회사가 세운 경영정상화 계획도 착실히 이행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