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와 같은 연 1.25%를 기록하게 됐다. 기준금리 1.25% 수준은 2016년 6월 9일 인하 이후 2017년 11월 30일 인상 직전까지 근 1년 반가량 유지된 바 있다.
기준금리 하한선은 명목상 0%인 제로금리다. 통상 25bp(1bp=0.01%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추가 인하 여력은 불과 다섯 차례만 남게 된다. 다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다음에야 제로금리까지 낮출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게는 1%, 낮게는 0.5%가 실제 내릴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 소위 실효하한이 되겠다. 이 경우 던질 수 있는 떡은 불과 하나 내지 세 개에 불과하다.
바구니에 떡이 떨어져가고 있다. 큰 위기가 닥칠 경우 대처할 수단이 사실상 많지 않은 셈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에 참석하고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도 18일(현지시간) 현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빨리 저금리를 정상화시켜 놔야 한다”며 “(금리를 정상화시켜야) 정말 어려울 때 다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떡을 던지는 것에 신중하고 신중해야 할 때다. 또 그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 비춰 보면 여러 면에서 10월 금리인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실물경제 차원에서 금리인하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이 총재도 언급했듯 지금 경제를 좌우하는 열쇠는 미중 무역협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여부다. 금리인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 시중에 돈이 없거나 금리가 너무 높아 투자를 주저하는 때도 아니다. 지금의 금리상황은 이미 완화적이기 때문이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8일 열린 한은 국감에서 금리인하를 해도 효과가 없으니 화끈하게 인하를 해야 할 때인지 정부에 다른 것을 요구해야 할 때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통화정책 파급 메커니즘이 과거와 같지 않아 제한적”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통화정책보단 재정정책 효과가 더 큰 게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총재 말이 옳다면 떡을 던지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하거나, 아니면 떡을 하나가 아닌 두 개(50bp)씩 혹은 한 개(25bp)여도 매달 던졌어야 맞다.
또 하나는 통화정책상 주요 파급경로에서 그 영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우선적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파급경로인 금리경로를 보면 시장금리는 되레 급상승세다.
10월 금통위 직전인 15일 1.2%대 후반을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1일 1.4%를 넘기며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하 나흘 만에 무려 10bp 넘게 오른 것이다. 더 직접적 영향을 받는 초단기물도 다시 오를 조짐이다. 21일 통화안정증권(통안채) 91일물 입찰에서 보인 낙찰금리는 1.320%, 금통위 당일 19bp 급락하며 1.36%를 보였던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보다 높게 형성됐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날 CD금리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며 “CD91일물 금리가 올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환율경로마저 거꾸로다. 금리인하를 통해 자국 통화를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유도하고, 수입물가를 높여 저물가를 타개한다는 게 환율경로다.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185.2원에서 1172.0원으로 하락해 3개월 보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총재의 리더십 부재도 도마 위에 오를 조짐이다. 10월 금리인하에 두 명의 위원이나 인하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경제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위원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들의 자율적 의사결정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허나 결정적 시기에는 금통위 의장인 총재의 책임 있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실제 현직에 있는 한 금통위원은 “총재 표는 금통위에서 사실상 절반이 넘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총재 영향력은 금통위원 구성원 7명 중 한 표가 아니란 말이다.
한은은 아까운 떡을 7월에 한 번, 10월에 한 번 띄엄띄엄 던져 버렸다. 뭔가를 하고 있다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