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를 이긴 터키’ 제목의 사설을 실었고, 이번 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표지기사 제목은 ‘누가 트럼프의 미국을 믿을까?’였다. 뉴욕타임스 사설은 미군이 허둥지둥 철수하는 통에 지역의 미군 탄약보관시설을 제대로 파괴하지 못해 자국의 전투기를 동원하여 폭파해야 했던 것을 지적하며 얼마나 무모하고 즉흥적인 결정인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한계를 넘으면 터키 경제를 거덜 내겠다(‘destroy’)는 엄포 트위트를 날렸다. 그런데 터키의 행동이 그 나라의 경제를 의도적으로 파탄시켜야 할 정도의 응징이 필요한 만큼 나쁜 것이라면 애초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일단 일이 벌어지고 비판이 거세지자 공갈 엄포를 놓는다는 해석이 대세이다.
대체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터키의 경제를 어떻게 박살낸다는 것일까. 그 자신감은 작년 8월 터키가 심각한 외환위기에 직면했던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제재가 경제위기를 악화시켰던 데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터키산 철강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몇몇 정부 인물들에 제재 조치를 가해 경제위기 악화에 일조하며 터키 리라화 환율이 급등했다. 미 달러화에 비해 리라화는 작년 계속 절하되었는데, 특히 7월 말 이후 8월 중순 사이에 약 40%나 가치가 떨어졌다. 미국의 제재가 여기에 중요했다는 판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의 근거로 보인다.
그런데 작년 경제위기에는 미국의 조치보다 터키의 거시경제 관리 실패와 금리를 올리려는 중앙은행을 공격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가 더 문제였다.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두 자리 수준이어서 터키 기업들이 너나없이 초저금리인 해외의 달러 자금 차입을 했던 것은 우리의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유사했다. 또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절대권력자 에르도안이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금리를 올리려는 중앙은행의 정책을 비판하고 무력화시켰던 행태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을 적으로 간주하는 그간 행보와 유사하다. 다행인 것은 미국의 경우 법과 관행이 더 공고해 터키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고를 뒷받침하려고 미국 정부는 올봄 인하했던 철강 관세를 다시 인상하고, 또 현재 터키와 진행하고 있는 무역 협상도 중단했다. 작년 8월과 유사하게 터키 정부의 주요 인물들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작년 극심한 환율과 금융시장 불안을 겪었던 터키 경제는 연말 이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실물경제가 크게 어려워졌다. 그 이후 안정 조짐을 보이던 터키가 다시 위기에 직면할지 가늠하는 데 환율의 움직임이 좋은 풍향계이다. 경제가 거덜날 개연성이 높아지면 자본이탈의 전조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