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예정에 없던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출장을 간 사이에 갑자기 회의가 열리면서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졌다. 대통령은 경제가 엄중하다면서 이전의 낙관론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경제 기조에 대한 변화는 없었다. 대통령은 왜 그런 인식을 하고 있을까.
하루 뒤인 18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린 ‘제10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김 차관의 모두발언을 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 차관은 홍남기 부총리가 2017년 이후 3년여 만에 한국 경제 설명회를 뉴욕에서 다시 개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투자자 등은 미ㆍ중 무역갈등 등 대외여건 악화로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 하방리스크가 커졌지만, 한국 경제는 대외 및 재정건전성이 매우 양호하며 경기 부진에 대응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현(現)시점에서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김 차관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고령화와 그에 따른 장기 성장률 둔화 가능성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중장기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 상황을 선제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사전에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숲을 보려면 숲을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우리 경제를 조망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자 등의 시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실상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경제가 나쁘다고 하면 지갑을 닫아 소비가 줄고 투자가 감소하면서 생산도 줄어들어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가 좋다고 말한다고 해서 경제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 경기가 안 좋다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은 다른 정부였나? 홍남기 부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0%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역대 최저로 인하했다.
사실 김 차관은 한마디 더 했다. “균형감을 잃은 지나친 낙관론, 비관론을 모두 경계해야 할 것이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흔들림 없이 대응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아마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을 보고 하는 얘기로 들린다.
다음 달이면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을 넘긴다. 요즘 갑자기 경제·민생을 외치지만 내년 총선용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대통령 말대로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솔직하게 밝히고 경제 회복을 위해 전 국민의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