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정말 기대해 볼 만합니다.”
9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이주명 현대상선 중국본부장이 내비친 자신감이다. 그는 특히 현대상선이 내년에 흑자전환은 물론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3가지다.
우선 내년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배기가스 중 황산화물 감축)에 대비해 전체 선박의 80% 가까이 스크러버(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장착 또는 장착 중인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공급 차질, 가격 상승의 문제가 우려되는 저유황유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 저유황유의 수급 문제가 현실화되면 고유황유 가격 대비 무려 2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경 규제가 강해지는 내년에는 선사들의 유류비 부담이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라인은 IMO 규제가 시행되면 연간 선박연료유 비용 부담이 20억 달러(약 2조37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당초 보유 선박 수가 많아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수 없어 저유황유 사용 방침을 세웠던 머스크를 비롯한 일부 글로벌 선사들도 뒤늦게 스크러버 장착으로 계획을 선회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스크러버를 설치하려면 최소 30일에서 많게는 60일까지 소요돼, 스크러버 장착을 위해 대형 선사 선박들이 줄줄이 유럽, 미국 등 주요 글로벌 노선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며 “마침 내년 2만3000TEU급의 초대형 선박 12척을 인도하는 현대상선이 그 공백을 메우며 수요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만의 차별화된 화주 맞춤형 서비스도 경쟁력이다. 이 본부장은 “유럽의 대형 선사들은 기계적으로 서비스한다면, 우리는 화주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인간형 서비스로 다가간다”면서 “특히 하역 작업이 상당히 효율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점, 즉 엔딩(마무리) 서비스가 확실하다는 인식이 화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리한 상황을 바탕으로, 내년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으로 엄청나게 늘어날 선복량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 중이다.
다롄, 상하이, 닝보 등 중국에서만 무려 12년이나 근무한 해외통인 이 본부장이 지난해 말 중국(상하이) 본부장으로 발령이 난 후 야심차게 추진한 것 중 하나가 ‘영업 어벤저스 팀’ 구축이다.
이를 위해 9월, 일본선사 MOL 출신이자 25년 해운 전문가를 영입, ‘트레이드 메니지먼트 3팀’의 수장으로 선임했다.
이 팀은 주요 대형 화주들이 많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본격적인 거래를 진행하지 못했던 초대형 화주와의 관계맺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다.
이 본부장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은 대형 화주 입장에서 현대상선의 등장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면서 “기존 화주와는 거래 규모를 키우고, 그동안 협력하지 못했던 대형 화주와는 관계 구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는 등 늘어난 선복량을 채우는 방식이 더욱 정교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기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이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전체적인 물동량 변화가 없다”면서 “오히려 중국의 경기 악화와 강화된 해운 정책이 더욱 우리를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무역 분쟁으로 인해 중국의 미국 수출 물량은 7월 기준 전년 대비 10~15% 줄었지만, 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내 교역 규모가 그만큼 늘었다.
다만,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 더 문제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본부장은 “중국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값싼 노동력이 경쟁력이었던 원가마저 올라가고 있다”면서 “여기에 무역분쟁이 결정타를 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작은 항만들을 통합시켜 규모를 키우고, 자유무역항 개방을 통한 환적(TS)화물을 모조리 확보하겠다는 중국의 해운정책은 향후 부산 신항 등을 위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