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12일 강원 철원군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 두 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검출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내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일엔 경기 연천군, 11일엔 연천과 철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폐사한 멧돼지가 한 구씩 발견됐다. 11일과 12일 철원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 발견 지점은 인접해 있다.
야생 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핵심 매개체로 꼽힌다.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직후 우리 정부가 야생 멧돼지 관리를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북측 철책은 상태가 열악하고 경계가 허술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야생 멧돼지가 우리 측 경계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접경지역 멧돼지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문제는 멧돼지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농가로 전파될 가능성이다. 특히 연이틀 멧돼지 사체가 DMZ 철책 남쪽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에서 발견되면서 멧돼지를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 같은 우려에 연천과 철원 일대를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위험 지역' 멧돼지 박멸에 나섰다. 멧돼지 사체 발견 지점 5㎢ 이내는 감염지역으로 정해 철책을 설치, 멧돼지 이동을 봉쇄하고, 30㎢ 이내 위험지역에선 포획틀을 통해 멧돼지를 잡는다. 총기 사용으로 멧돼지가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위험지역 바깥 300㎢ 일대는 집중사냥지역으로 정해 총기 사용도 허가한다. 환경부는 군(軍) 저격 요원과 민간 엽사를 동원해 민통선 일대 멧돼지를 사살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 의정부시ㆍ남양주시ㆍ가평군, 강원 춘천시ㆍ양구군ㆍ인제ㆍ고성군은 멧돼지 '경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지역에선 농가 피해 신고 없이도 멧돼지 포획단이 멧돼지를 잡을 수 있고, 무료 수렵장도 운영된다. 방역 당국은 경계지역에서 멧돼지를 잡으면 마리당 10만 원씩 보상금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멧돼지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농가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14일부터 강원 접경지역 돼지도 사들이기로 했다. 수매 대상은 남방한계선 이남 10㎞ 이내에서 기르는 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