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구독경제 시대에서 살아남기

입력 2019-10-09 14:58 수정 2019-11-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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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1일 독일 스타트업 그로버에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 투자다. 그만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입증됐다는 얘기다.

그로버는 1개월, 3개월, 6개월 또는 그 이상 기간에 맞는 요금을 내고 전자제품 등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구독 경제’ 관련 업체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드론,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제품을 구독해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구독형 서비스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요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구독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책도 구독하고, 신발도 구독하고, 스마트폰도 구독한다. 심지어 자동차도 구독해서 타는 시대다.

재화 소유권을 소비자가 갖는 게 ‘상품 경제’라면, 상품을 일정기간 소유하는 건 ‘공유 경제’다. 더 나아가 가입 기간만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구독 경제’다.

현재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구독 경제 서비스는 드라마·영화 스트리밍인 넷플릭스와 멜론·스포티파이 등 음원 스트리밍이다. 정기적인 구매 활동이 이루어지는 필수 소비재(면도기·식료품·의류 등) 영역에서도 시장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최근에는 자동차까지 구독하는 시대다. 현대자동차는 보험료나 주행거리 제한 없이 원하는 자동차를 월 2회 교체해 탈 수 있는 구독 서비스 ‘현대셀렉션’을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캐딜락 등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해외에서 이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 역시 구독 경제 시대의 일원이다. ‘유튜브 레드’와 ‘리디셀렉트’를 1년 가까이 구독 중이다. 영상과 활자라는 두 가지 대표적인 여가 활동을 위해 구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넘쳐나는 영상과 책을 매월 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경우, 넘쳐나는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 보니 몇 페이지 읽다가 맘에 안들면 바로 뒤로가기를 클릭한다.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읽고 싶다 보니 아무것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구독 경제는 소유의 종말을 의미한다. 소유를 중심으로 생활하던 A씨와 구독 경제에 몸을 실었던 B씨가 있다. 둘다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가 닥쳤을 때, 그나마 A씨는 소유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중고로 팔아 긴급 자금을 수혈할 수도 있다. B씨의 경우는 다르다. 더 이상 구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면, 그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얼마 전 집에서 만화책 슬램덩크 전집을 발견했다. 2년 전, 슬램덩크가 다시 출간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 구매한 31권 전집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오래된 MP3플레이어를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소유는 그 사람의 추억을 함께 담는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다운로드 대신 스트리밍을 접하고, 구매 대신 구독을 경험한 세대가 중심이 되는 미래에는 구독 경제가 중심이 될 것이 분명하다.

기업들은 구독 경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다. 우리도 이른바 현대인의 ‘월세살이’에 잘 적응해 나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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