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방 부동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 외곽 부동산 시장은 전국 평균 수준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방 주택시장은 집값 하락, 하락세 장기화, 미분양 적체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살펴보면 경북·경남·충북은 최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졌고, 울산·충남·강원·부산은 10% 이상 하락했다.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충북·경북·충남·경남은 40개월 이상, 제주·울산·부산·강원·전북은 20개월 이상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 중에서도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재고 주택시장 및 신규 시장 모두 리스크가 존재해 위험 신호가 가장 컸다. 허윤경 건산연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부·울·경이 수도권 다음으로 큰 시장이나 단기간 리스크 해소 가능성이 작고, 연체율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경남 신규시장 중심으로 금융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충청권은 주택시장 리스크 해소 가능성이 크나 가격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져 지역 경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됐다. 대구·경북권은 대구와 경북의 차별화가 극심한 상황으로, 특히 경북에서 집값 하락, 미분양 정체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전라권은 경기 불황을 겪는 군산시 외에 주택 경기 위험성이 가장 낮았고, 강원은 아파트 공급 증가로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건산연은 내다봤다.
건산연은 주택 경기 악화가 연체율 상승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수도권은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올해 2분기 49.4%로 하향 안정세이지만 지방은 주택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평균 LTV가 상승(56.2%)하면서 리스크가 확대 중이라는 설명이다. 올 들어 대부분 지방 시·도의 연체율이 올라갔는데 울산·경남은 1.75%까지 상승했다.
특히 분양 등 신규 분양시장을 위한 금융상품은 단기 만기구조로 돼 있어 기업의 재무 능력이 낮을 때는 위기가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허윤경 실장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지방에서 주택사업을 펼친다”며 “현재 지방 신규시장의 공급자 리스크가 커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건산연은 미분양 관리지역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고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기존 주택 소유자 대출 조정 프로그램 운영 검토가 필요하고, 리스크가 큰 지방시장에 대해서는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 실장은 “모두가 서울 집값만 쳐다보는 사이, 주택시장 침체로 지방의 가계·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지방 주택 경기가 금융 리스크로 전이되기 전에 미분양 관리지역에 대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