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앞서 예고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후속 대응책이 담긴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하며,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대해 6개월 유예를 결정했다.
하지만 관리처분인가 단계를 밟는 단지들만 상한제가 유예될뿐 정부가 추진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때문에 유예 기간 동안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입주자 모집 공고일을 앞당겨 대거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분양 물량을 기다리는 수요도 적지 않다. 대부분 인프라 시설이 갖춰줘 있고 환경이 좋은 지역에서 분양 물량이 나오는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유예됐을 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는 이어지는 만큼 여전히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나오는 물량을 기다리는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분양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건설사들 역시 자체사업 분양 물량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 후 분양을 미룰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동 단위로 선별하는 이른바 ‘핀셋’ 지정을 공언했지만 아직 어느 지역에 적용할 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대기 수요들의 기다림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부분 단기간 쏟아질 분양 물량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결과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 감소, 새 아파트 희소성이 더 커지게 될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서울 주요 입지를 갖춘 단지는 밀어내기 물량이 많다고 해서 미달이 되는 등의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며 “로또 분양 대기수요도 발생하겠지만 앞으로 공급 감소를 우려해 주택 수요자들은 청약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당첨이 불확실한 청약을 기다리기 보다는 신축이나 준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신축 아파트 가격은 급등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84㎡(이하 전용면적)는 28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종전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용면적 기준 3.3㎡당 1억 원을 넘어선 가격으로 화제가 됐다.
인근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도 59㎡도 지난 7월 26일 21억7000만 원에 팔리며 최고 거래가를 기록했다.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들에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아파트 전셋값 역시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3일 내놓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5째주(9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지난해 9월 3째주(0.09%)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시기를 더 늦추거나 적용 지역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분양가 상한제에 도입에 대해 “유용한 것도 있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다“면서 ”건설 경제와 관련해서는 물량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