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열처리 공장이 경남 밀양에 있다. 1985년 설립된 ‘삼흥열처리’다. 삼흥열처리를 세운 주보원 회장은 2012년부터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다. 조합은 1980년대 최초 설립됐으나 1997년 IMF 당시 해체됐고, 2012년 6월 다시 구성됐다. 현재 조합에는 금속열처리 관련 업체 100개가 가입돼 있다9월 17일 오후 밀양으로 가는 기차 출발 두 시간 전 주보원 이사장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났다. 그는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며 최저임금, 주 52시간 등 노동 현안에 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 이사장은 열처리 기술에 남다른 자부심을 표했다. 그는 “열처리 없이는 비행기도 못 날고, 오토바이도 달릴 수 없다”며 “자동차, 항공, 조선, 기계 등 국가 기간사업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뿌리산업”이라고 말했다. 삼흥열처리는 그중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주요 부품인 단조품의 열처리 종류린 템퍼링, 노말라이징 등 열처리 가공을 전문으로 한다.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일일 열처리 가공량은 550t에 달한다. 그는 “만일 열처리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다면 자동차의 성능은 지금의 10분의 1도 못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토록 중요한 뿌리산업이 많은 애로에 직면해 있다고 호소했다. 주 이사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은 전기요금 개편이다. 작년 기준 삼흥열처리는 월평균 6억 원의 전기요금을 냈다. 1년이면 72억 원이다. 그는 “2004년 7월부터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뿌리산업 업종은 공정 특성상 주말, 평일 개념 없이 특근을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뿌리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토요일 전기요금도 일요일처럼 경부하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중견·중소기업에도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도 고민거리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주 이사장은 삼흥열처리의 생산직 근무 일정을 7월부터 재정비했다. 종전에는 80명의 생산직 직원이 40명씩 12시간 주ㆍ야간 교대로 근무했지만, 7월부터는 3교대로 돌아간다. 당장 3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주 이사장은 인력 회사에서 일일 용역을 고용해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 이사장은 최저임금 관련해선 “주 52시간 근로에 더해 이중, 삼중고”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누가 월급을 적게 주고 싶겠냐”고 반문하며 “IMF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는 보너스의 600%까지 줘 봤다”고 털어놨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년간 29.1% 올랐다. 그 결과 삼흥열처리는 올해 생산직 근로자의 한 달 급여비가 작년보다 1억 원 늘었다. 연간 12억 원의 비용이 추가된 셈이다. 주 이사장은 “노무비 상승은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하고, 고객사들은 하나같이 ‘우리도 어렵다’며 납품 단가를 올려 달라는 요청을 거절한다”며 “오롯이 열처리 업체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흥열처리는 이처럼 녹록지 않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공장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 이사장은 올해 말까지 스마트공장 도입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도 스마트화가 상당 부분 이루어져 설비별 온도가 자동으로 기록 저장되고 실시간 모니터링된다. 사내 사용 전력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출하된 제품이 고객에 정확하게 가고 있는지 GPS로 차량 이동까지 관리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상생도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 요인이다. 주 이사장은 대기업과의 상생이 이루어지려면 정부가 상생하는 대기업에 선물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기업에 말로만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가업 승계 요건 완화나 세제 혜택을 줘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자발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상생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