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집 사서 몇 억원은 벌었죠”. 서울 집값 오른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서울 외 지역민은 고민한다. 샘도 나고, 나도 사야할 것 같은 충동도 생긴다. “서울에 집을 사야 하나?” “970만 명의 서울 인구 (2018년 기준, 967만3936명) 틈바구니 속에 끼어야 하나?”
그러나 막상 서울에 집을 사려고 결심해도 고민은 끝이 없다. “너무 늦게 산 건 아닐까?” “이미 오를 때로 올랐는데 상투 잡은건 아닐까?” “집값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이투데이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서울에 집을 사야 합니까?”.
숫자로 뒤덮인 통계놀음이 아니라 ‘뼈 때리는’ 현실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 최근 부동산 저서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저자 5명을 만났다. 공인중개업계에 이름을 날린 이부터 평범한 직장인에서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이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경제·심리 상태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스로 집을 장만할 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선택할 일만 남았다. 살까? 말까?
서울, 이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분양가격이 10억 원을 웃도는 동네에 미련을 가져서 뭐하나. 서울에 입성할 필요가 있을까. 서울도 서울 나름이다. 수도권보다 집값이 못한 서울 아파트도 수두룩하다.
서울 집값은 상승할 여지가 크다.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2021년부터 2만 호로 감소한다. 올해와 내년에 입주량이 매년 4만 호인데,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차질을 빚으면서 아파트 입주량은 더 줄 게 뻔하다.
날뛰는 말에 굳이 무리해서 탈 필요가 있을까. 가격이 떨어질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에 집을 살 때를 기다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서울 도심권에서 전세로 살다가 집값 하락기에 매매로 갈아타든가, 경기도 인기 지역으로 한 번 점프했다가 나중에 서울로 진입하는 것이다.
서울 신축 아파트가 인기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비싸다. 자금 동원 능력이 부족하다면 서울 구축 아파트를 바라봐야 하는데, 구축 아파트는 갈수록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내려갈 집값을 지금 굳이 잡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에 발을 담그고 싶다면 사지는 말고 먼저 전세를 택하는 게 현명하다. 전세도 안정성지수가 높은 도심권을 택하는 게 좋다. 도심권 노후주택의 전세, 도전해볼 만하다. 안정성지수가 높은 도심권이라면 영등포·금천·용산구 등을 말한다. 노원·도봉·강북구는 주택 고령화가 심해서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
굳이 전세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면 경기도에서 잘 나가는 아파트로 한 번 옮겨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경기도도 모두 다 같은 경기도가 아니다. 경기도 중에서도 집값이 오르는 동네가 있다. 바로 서울 통근자가 많은 지역, 고양·성남·부천·남양주·용인시다. 이런 지역들은 서울 통근자가 많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나중에 팔아도 빚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 아파트 사는 게 힘들다면 서울 통근자가 많이 사는 경기지역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가 나중을 기약해도 된다. 서울 아파트 바짓바람, 치맛바람에 휩쓸려 서울로 흘러 들어갈 필요가 없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서울 집값은 내려가고, 서울 이외 지역의 집값도 당연히 떨어질 것이란 얘기는 옛날 사고 방식이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서울 집값이 떨어져도 경기도 집값은 안 떨어질 수 있다.
서울 도봉구보다 경기 의정부 시세가 더 높게 나오는 아파트도 있다. 의정부시에서는 재건축 분양 단지가 나오는데, 도봉구는 주택 노후화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서울도 다 같은 서울이 아니고, 경기도도 다 같은 경기도가 아니란 얘기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란 혹한기를 온 몸으로 겪을 필요가 없다. 경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모험할 필요가 있을까.
디플레이션(상품·서비스 가격 하락 현상) 우려가 계속 언급되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로 촉발된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현재 국내 경제가 맞닥뜨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지만 어찌 됐든 경기 침체는 침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먼도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에서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하므로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할 정도니깐 파급력을 따지기 전에 경계해야 할 리스크임은 분명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에 집을 장만하는 게 좋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부동산 규제 정책이 있으면 완화 정책도 있다. 규제 정책은 지금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신호와 같다.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에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난다면 정부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찌됐든 금융 규제 등을 푸는 완화 정책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현 정부 기조라면 완화 정책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딱 한 채, 내 집 마련이란 욕심을 부리고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이 어설픈 정보를 듣고 매매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서울 강남·송파·마포구의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무리해서 집을 장만하면 나중에 패착이 될 수 있다. 시장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사람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은 쿨내 진동하게 기다려야 할 때다.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없다. 완화 정책이 나올 때를 기다리고 그때까지 실탄을 활보해야 한다.
집을 살 마음을 접었나요?
※ 도움주신 분(가나다 순)
*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2019~2029)’ 저자 김장섭(조던)
*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 저자 너나위
*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저자 조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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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