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경기 파주시서 추가 확진…정부 방역망 곳곳 구멍

입력 2019-10-02 11:49 수정 2019-10-0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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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건수 모두 11건으로 늘어

(사진 제공=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사진 제공=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경기 파주시에서 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 정부 방역 정책을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시 적성면의 돼지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2일 확진했다. 방역 당국은 전날 이 농장에서 감염 의심 돼지를 발견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 검사를 맡겼다.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농식품부는 이날 파주시 파평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을 확인했다.

적성면 발병 농가는 정부 방역 정책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농가는 최근까지 돼지에게 잔반을 먹이고 있었고, 야생 멧돼지 접근을 막기 위한 울타리도 설치하지 않았다.

잔반과 야생 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핵심 전파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정부는 파주 등 접경 지역 돼지 농가에 멧돼지 접근 방지용 울타리 설치를 의무화하고, 직접 처리 잔반을 돼지에게 주는 것을 불법화했다. 지난달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후엔 돼지에게 잔반을 먹이는 걸 아예 금지했다. 이번 의심 농가는 이러한 방역 정책을 무시한 채 농장을 운영했지만, 농식품부는 현장 조사 전까지 이 같은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과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울타리 등 방역 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무단으로 잔반을 먹이면 각각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이번 확진으로 국내에서 확인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건수는 11건으로 늘었다.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16일 파주 연다산동에서 처음 발견된 후 △9월 17일 연천 백학면 △9월 23일 김포 통진읍ㆍ파주 적성면 △9월 24일 강화 송해면 △9월 25일 강화 불은면ㆍ삼산면 △9월 26일 강화 강화읍ㆍ하점면 △10월 1일 파주 파평면 등에서 잇따라 확진됐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 대상에 오른 돼지도 11만 마리가 넘는다. 국내에서 사육 중인 돼지(6월 기준 1131만7000마리) 100마리 가운데 1마리가 살처분되는 셈이다.

여기에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확산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태풍이 동반한 비에 생석회 등 소독제가 씻겨 내려갈 수 있고, 분뇨나 물 등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이 바람을 타고 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농식품부는 2일 오전 3시 30분을 기해 경기와 강원, 인천 지역에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발령했다. 이 지역에선 4일 오전 3시 30분까지 돼지와 관련 인력ㆍ차량의 이동이 제한된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순까지 운영키로 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권역의 운영 기한을 더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은 일시이동중지기간 동안 해야 하는 모든 조치들을 조속히 실시하기 바란다"며 "양돈농장, 축산시설, 차량에 대한 세척과 소독을 빈틈없이 해주시고, 축산 관련 차량 등의 이동중지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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