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는 남극 지의류에서 찾아낸 신규 합성 화합물을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상용화하기 위해 벤처기업과 16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지의류는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얻는 조류(藻類)와 이를 에너지원으로 몸체를 이루는 균류(菌類)의 공생체로서 극지방, 고산지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극지연구소 임정한 박사 연구팀은 남극 세종과학기지 연안에 서식하는 지의류 ‘스테리오카울론 알피넘(Stereocaulon alpinum)’ 종에서 추출한 성분(로바딕 액시드ㆍLobaric acid)으로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로바스틴ㆍLobarstin)을 개발했다.
로바릭 액시드는 항산화제, 항염증제, 항바이러스 등에 약리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인슐린의 신호전달을 조절해 ㆍ인슐린의 작용을 억제해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하는 PTP-1B(Protein-Tyrosine Phosphatase 1B)의 활성을 억제하고 인슐린의 활성화를 돕는 효과를 가진다.
PTP-1B의 약물작용 방식이 1988년에 발견된 이후 글로벌 제약사 등에서 지금까지 PTP-1B를 저해하는 물질을 개발하려 했으나 다른 PTP 계열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고 PTP-1B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물질의 개발은 아직까지 임상 성공 사례가 없다.
현재 제2형 당뇨병에 대한 다양한 치료약물이 개발됐으나 췌장의 손상을 발생시키는 등 대사적으로 여러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이번 극지연구소가 개발한 물질은 췌장의 손상 없이 PTP-1B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인슐린의 신호전달을 조절한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전세계 제2형 당뇨병 시장 규모는 2019년 394억 달러(약 47조 원)에서 2026년에는 640억 달러(약 7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신물질 개발은 해양수산부의 ‘양극해 미래자원 탐사 및 활용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2018년 남극 해양미생물을 활용한 혈액 동결보존제 기술 상용화에 이어 남극생물을 활용한 성과로 주목된다.
윤호일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지생물자원은 극지의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특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술이전과 상용화 지원을 통해 극지 생물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