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임상 시험 설계와 관리가 임상 3상의 실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의료계 일부에선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당뇨병 합병증인 신경병증에 대한 연구 시도 자체로는 고무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극심한 통증으로 수면장애, 일상활동장애, 불안·우울장애 등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심하면 족부절단으로까지 이어져 사망이나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무서운 합병증이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지만 초기엔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노화나 순환장애 등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과 교수는 “현재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대부분 화이자의 프레가발린 성분의 ‘리리카(Lyrica)’, 가바펜틴 성분의 ‘뉴론틴(Neurontin)’ 등을 처방하고 그래도 통증 경감이 없다면 추가적으로 진통제를 같이 처방하는 정도”라며 “이마저도 부작용이 있어 환자들의 통증을 낮춰주는 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리카나 뉴론틴은 모두 간질약이다. 졸음, 어지러움증, 약물 중독성 등과 같은 부작용이 있음에도 마땅한 대체 약물이 없어 당뇨 환자들의 통증완화 목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통증감지 신경세포인 후근신경절(DRG)의 통증인자 양을 낮춰 통증을 감소시키고 말초신경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물질인 VM202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앞선 임상에서도 기존 진통제 약물들보다 우수한 안전성, 월등한 통증 감소 효과 등을 보인다는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물 혼용 가능성의 발견으로 결국 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데 실패하면서 꿈의 치료제 탄생 가능성은 일단 멀어진 상태다.
하지만 임상 3상 실패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신경병증 치료제 연구·개발이 시도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재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는 전체 당뇨환자의 25% 정도를 차지하며, 통증이 심한 환자들은 바람만 불어도 시리고 몸에 가시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라며 “이들에겐 제대로 된 통증경감 약이 필요했는데 혁신신약(퍼스트 인 클래스)을 위해 3상까지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한발짝 진일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데이터 신뢰도가 의심되도록 설계된 이번 임상은 물론 문제가 있지만, ‘혼용 가능성과 상관 없이 엔젠시스의 안전성은 입증됐다’는 헬릭스미스의 공개 내용대로라면 부작용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 질환에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 같은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당뇨병 합병증과 관련한 약물들이 앞다퉈 개발 중이다. 미국 제약협회(PhRMA)에 따르면 당뇨병 관련증상 치료제 68개 등이 현재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거나 허가신청 단계까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 뉴로보파마슈미컬스도 동아에스티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NB-01’의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한편 헬릭스미스는 △참여 환자 기준 강화 △환자 수 감원 △ 추적관찰기간 6개월 단축 등의 설계방식으로 임상 3상에 재도전한다. 이울러 헬릭스미스는 26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김선영 대표가 나서 엔젠시스의 3상 임상 경과를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