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술집. 지나가는 사람마다 고개를 들어 건물을 구경했다.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이 행인들의 눈길을 끌 만했다. 최근 인공기와 김일성ㆍ김정일 부자 사진을 걸어 문제가 된 것도 아는 눈치였다.
논란이 됐던 인공기와 김일성 부자 사진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이날 오전 공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조처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식 글씨체와 그림이 건물 외관을 두르고 있었다. 인부들도 내부에서 바쁘게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원래 ‘일본식 술집’이었다. 일본 현지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과 분위기로 손님을 끌어모아 유명세를 탄 곳이다. 주말에는 자리를 잡기도 어려울 만큼 장사가 잘됐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전언. 인근 대학생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유사한 술집이 많이 생긴 데다, 일본 불매운동까지 시작되면서 이전만큼 장사가 잘 안됐다고 한다. 주변 학원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손님이 빠지더니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로 눈에 띄게 빈자리가 많아졌다”라고 귀띔했다.
술집은 변신을 시도했다. 먼저 여론 좋지 않은 일본식 분위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건물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간판도 새로 달았다. 기존 2명이었던 사장도 4명으로 늘리면서 새 판을 짜기 시작했다.
두 달 정도 공사가 진행됐지만, 인근 주민들은 논란이 되기 전까지 ‘북한풍’의 건물이란 걸 몰랐다고 한다. 한 건물 관리자는 “천막으로 가려져 있어서 주민들도 처음에는 무엇을 짓는지도 잘 몰랐다”라며 “그저 신기해하다가 나중에 인공기랑 김일성 사진이 걸리고 나서야 의도를 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 때가 약 20일 전이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고, 여론이 들끓자 점주는 이를 철거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은 “죄송하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자세한 사안을 잘 알지 못한다. 이달에 개점하는 것을 목표로 공사가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공기·김일성 부자 사진은 사라졌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불법건축물’로 보이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마포구 의원들이 이날 건물 시찰에 나서 곳곳을 살폈다. 관련 민원이 제기돼 현장점검을 나왔다고 했다.
김성희ㆍ이민석ㆍ서종수 서울시 마포구 의원은 “(인공기나 김일성 부자 사진처럼) 옥외광고는 의원의 소관이 아니고 지금은 ‘건축법상의 문제’를 따지러 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건물 외관에서 불법건축물로 보이는 것이 많다고도 설명했다.
김성희 의원은 “기둥 있는 곳이 돌출돼 있는데 이는 불법 건축물로 의심된다”라고 했다. 서종수 의원도 “외벽이 다 불법으로 보인다. 간판도 10m 이상이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허가 취소’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반 건축물이라면 허가받은 도면대로 원상복구를 한 뒤에 양도 양수할 수 있다는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관에서 미리 위반 건축물이라고 판단하지 못하고 양도양수가 이뤄졌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성희 의원은 “원칙상 철거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 다 뜯어내야 한다”라며 구청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민석 의원은 “가게를 열지 않았으니 취소할 생각이었는데, 구청 위생과에서는 취소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규칙이나 법규 등을 확인해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인공기ㆍ김일성 부자 사진 외에도 문제가 많고, 관련해서 국가보안법으로 조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마포경찰서 한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국보법 위반 혐의인지, 수사를 개시해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안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