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젯밤 볼턴에게 백악관에서 더 이상 필요없다고 전달했다”며 “그래서 나는 사임을 촉구했고, 오늘 아침 사의가 나에게 전달됐다”고 볼턴 보좌관 해임 사실을 알렸다. 후임은 다음 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는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며 해임 배경에 의견 충돌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백악관 보좌관은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으로, 볼턴의 해임으로 해당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볼턴의 해임을 둘러싸고는 트럼프와 볼턴의 주장이 엇갈린다. 볼턴 역시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어젯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트럼프는 “그것에 대해 내일 대화하자”고 말했다”며 9일 밤에 직접 사의를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트럼프와 다른 말을 했다. 볼턴은 원래 10일 오후로 예정됐던 백악관에서의 기자 회견을 급하게 취소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볼턴의 해임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던 셈이다.
트럼프와 볼턴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북한 정책 등을 둘러싸고 번번히 의견이 대립했다고 한다. 최근 열린 아프간 평화를 둘러싼 정권 관리들 회의에도 볼턴은 참석하지 않았다. 2월 말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한 비핵화 조치가 불충분하다며 트럼프에게 합의에 따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볼턴은 아들 부시 정권에서 국무차관(군비관리·국제안보 담당)과 유엔 대사를 역임했다. 딕 체니 부통령 등과 함께 대외 강경파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일원으로서 이라크 전쟁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볼턴은 2018년 4월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취임, 약 1년여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마이클 플린, 허버트 맥매스터에 이어 세 번째 경질이다.
한편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볼턴이 전격 경질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누그러져 중동 산 원유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에 국제유가는 5거래일 만에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