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남’지역의 대표 주거지로 꼽히는 경기도 과천시 아파트 매매값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급매 물건이 소화되고 호가가 치솟더니 어느 새 과천 집값이 강남3구인 송파구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입지적으로는 준강남권에 속하지만 가격 면에서는 명실상부한 강남권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 8월 기준 11억 원으로 송파구(11억1000만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위 매매가격이란 전체 아파트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뜻한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과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8억55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송파구(11억500만 원)와의 차이가 2억5000만 원에 달했다. 이 차이가 불과 1년 새 1000만 원으로 좁혀진 것이다.
과천 아파트 매매값은 송파구의 최고 부촌인 잠실동과 신천동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을 따라잡은 상황이다.
3.3㎡(1평)로 따지면 과천 아파트값은 이미 송파구를 넘어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과천 아파트값은 3.3㎡당 3739만 원으로 송파구(3716만 원)보다 비싸다.
동네별로 비교해보면 송파구에서 가장 비싼 지역인 잠실(4877만 원)·신천동(4221만 원)에는 못 미치지만,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들어선 방이동(3699만 원)도 제친 상태다. 과천 아파트값이 최근 매서운 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월간 통계를 보면 8월 과천 아파트값 1.93% 올라 전국 시·군·구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6월(0.48%)과 7월(1.44%)에 이어 상승폭을 계속 키우면서 8월 한달 새 0.18% 오른 송파구를 무서운 속도로 쫓고 있는 것이다.
최고가 거래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과천 원문동 래미안슈르 아파트(2008년 입주) 전용면적 59.97㎡(10층)는 지난달 15일 10억5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 달 전 거래가격보다 7000만 원 오른 것이다. 현재 이 주택형은 11억6000만 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중앙동 래미안에코팰리스(2007년 입주)는 전용 84.94㎡(8층)도 지난 7월 말 12억5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전월 거래가보다 5000만 원 비쌌다.
전문가들은 신규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과천 아파트값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과천 푸르지오 써밋(옛 과천주공1단지)과 힐스테이트 과천 중앙 등 후분양 재건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고분양가 책정에도 큰 인기를 끌며 조기 분양하면서 주변 단지 매매시세를 자극했다”며 “여기에 지식정보타운과 3기 신도시(과천지구) 청약을 위한 전월세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과천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것도 매매값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과천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전국 최고다. 지난달 2.22%나 오르며 같은 기간 과천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까지 추월했다.
이 때문에 서울·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과천은 오히려 이 비율이 높아졌있다. 전세가율이 지난달 47.01%로 전달보다 0.6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과천 원문동 한 공인중개사는 “과천에는 1순위 청약 자격자가 서울과 비교해 턱없이 적기 때문에 공공분양아파트는 당첨 확률 높은 ‘로또 단지’로 보면 된다”며 “이 때문에 1순위 자격을 얻기 위해 전세 눌러앉거나 과천으로 전입하는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가 과천 민간택지에도 적용될 경우 인근 재건축아파트 매매값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중앙동 G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한 이후 신축 단지나 일반아파트(준신축 단지)는 시세가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재건축 단지는 주춤한 편”이라며 “과천이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이 되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