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불안정한 흐름에도 기업공개(IPO)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로 눈을 돌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몇 년 동안 주택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대형건설사들의 IPO는 전무한 상태다. 몇몇 대형건설사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지만 대내외적인 악재로 상장 시기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호반건설·SK건설 등이 상장에 관심을 가지고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공능력평가(시평) 순위 10위권 건설사 중 비상장 회사는 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호반건설 등 4곳이다. 20위권에서는 SK건설·한화건설·반도건설 등 대부분이 비상장 기업이다. 이 중 포스코건설·롯데건설·SK건설 등은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상장에 도전하거나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업황이 좋지 않거나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3~4년 새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데다 건설사들도 체질 개선을 통해 꾸준히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건설사들이 많아졌다.
올해 시평 순위 10위권에 처음 올라선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만 3조1960억 원에 달한다. IPO 시장에 오랜만에 나타난 건설사여서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규모나 실적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상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설사 중 한 곳이다.
변수는 증시 상황이다. 이달 들어 증시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 마찰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말 그대로 ‘패닉’ 상태다. 당분간 호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회사로서도 고민이 깊다”며 “우선 증시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상장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시평 순위가 6위로 한 단계 오른 데다 실적이나 재무구조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IPO 시기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장을 위해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 발송까지 준비했던 SK건설은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상장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하지만 6월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을 정리하면서 IPO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디스커버리가 주식을 매각하며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을 택했는데 계약 기간인 3년 내에 기관투자가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IPO가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적절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IPO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