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는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오전에는 SK케미칼와 애경산업 등 관계자가 참석해 심문을 받았다. 최창원 전(前) SK케미칼 대표, 김철 SK케미칼 대표, 이영순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최찬묵 김앤장 변호사(애경 자문) 등이 참석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청문회에 참석한 최창원 전(前) SK케미칼 대표(현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와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피해자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최 부회장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고통당한 피해자와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게 돼 국민에게도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안전성이 확보되지도 않은 상품을 제조·판매·유통한 것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청문회에 참석한 김태종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아내가 병원에 12년을 다녔습니다. 폐가 13%만 남아있다”며 “인공호흡기 없인 단 1분도 숨을 못 쉽니다. 가습기살균제 판 기업은 사과 전화 한번 없습니다. 이렇게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박혜정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 피해자 연합 대표도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정부 부문 책임을 가해 기업의 책임과 명확히 구분해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정부 책임에 대해 먼저 일괄 배·보상 해달라”며 “가해 기업의 안전성 입증 책임과 장기 역학조사, 무한책임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저희가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진일보된 노력을 하겠다”며 “법 뒤에 숨거나 막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부회장 역시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말을 전했다. 그는 “모든 문제는 저희(애경산업) 쪽에 있고 열심히 노력해 피해자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하는데 힘쓸 것”이라며 “보상문제도 적극적으로 해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1993년 유공(현 SK케미칼) 바이오텍 사업팀이 가습기살균제 개발에 착수했고, 1994년 10월 서울대 수의학과 이영순 교수 연구팀에게 독성시험을 의뢰했다. 하지만 유공은 독성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가습기살균제(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 원료는 애경 등과 연계해 추가 상품으로 개발, 팔려나갔다.
1000만 개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이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만 6509명, 사망자는 1431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